[지곡골 목소리]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만 있었더라도…
[지곡골 목소리]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만 있었더라도…
  • 장진영 / 기숙사자치회장, 생명 4
  • 승인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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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입·퇴사, 수강신청, 각종 모임 등 새학기 맞이에 분주하다. 이런 분주함 속에서 도난사고, 폭력사태 그리고 여기숙사 무단 출입 사태 등으로 소란했던 학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망각의 시간에 묻혀가고 있다.

기숙사에서의 도난 사고는 연례행사다. 작년에 자물쇠가 교체된 이후로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끊이지는 않고 있다. 도난 사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학기중, 방학중, 입겾俎?기간, 거의 언제나 잠재적인 도난의 위험은 존재한다. 제도적인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고 잠재적 피해자인 학생들의 책임을 얘기해 보자. 수천을 헤아리는 기숙사생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과 그들의 물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얼마되지 않는다. 공동운명체의 구성원은 그 공동체의 유지 및 건전화에 힘써야 함은 당연한 데도 너무나 무관심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렇게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제도적인 뒷받침도 무의미하다.

방학중 행사동으로 외부에 개방된 기숙사의 경우 절도를 위해 방문에 설치된 자물쇠를 부수는 과정에서 상당한 소음이 발생했을 텐데도 그 주변에 거주하는 사생들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12동 1층 휴게실의 TV분실 사건에서도 목격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외 각종 도난 사고에서도 목격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난사고의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구성원 사이의 불신풍조라고 할 수 있다. 도난사고의 예방은 ‘열사람이 지켜도 도둑 하나 막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지만 예방과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서로 믿지 못하는 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다.

폭력사태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생끼리의 다툼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기숙사 휴게실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있다. 같은 기숙사생들에게 애정도 관심도 없다는 것인가? 말리던 사감 선생님의 반향없던 절규만큼이나 무관심에 대한 공포는 짙게 다가온다. 부디 그 시간에 그 기숙사에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는 상상을 하고 싶다.

이렇게 사생규칙을 무시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오토바이 난폭운전, 음주상태에서의 고성방가, 기숙사에서의 규칙을 무시한 소란, 여기숙사 무단출입 등은 바로 학생이 최대의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역지사지’라고 한다. 자신이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이기적인 생활은 근절될 수 있다. 규칙을 위해 규칙을 지키라는 얘기가 아니다. 규칙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이끌어내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일 뿐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일상화되어 있다면 규칙이 왜 필요한가? 집단이 유지되다 보면 사건, 사고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어쩌면 그 집단이 건전하고 다원성이 유지된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구성원들의 다른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 애정, 그리고 배려가 없이는 그 집단의 유지는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주위사람과 자신을 위해 최소한의 관심, 애정과 배려를 아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