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가 움직인다, K-주주운동 전개
소액주주가 움직인다, K-주주운동 전개
  • 최대현 기자
  • 승인 2022.03.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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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코스피 운동 포스터(출처: 세이브코스피 공식 웹사이트)
▲ 세이브코스피 운동 포스터(출처: 세이브코스피 공식 웹사이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동학개미운동’을 기억하는가?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외부 투자 세력과 경쟁하며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상황을 우리나라의 과거 반외세적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비유한 용어이다. 최근 들어 동학개미운동을 이끌었던 이른바 ‘개미’,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권리 찾기에 나서는 ‘K-주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의 각종 회계 비리와 물적분할로 주주가치가 훼손된 것을 계기로, 기업 가치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주식가격이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자는 내용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자산운용사들도 주주 행동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 기업의 물적분할

물적분할이란 1998년 말 상법 개정으로 허용된 기업분할 방식 중 하나이다. 모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하나의 회사로 신설하고, 이에 대한 지분을 100% 소유해 지배권을 행사하는 형식이다. 기업분할은 기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규모를 소분해 인수·합병을 쉽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그 종류에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등이 있다. 기존 회사가 신생 회사의 지분을 완전히 보유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주 구성을 유지한 채 회사를 신설해 수익 비중을 나눠 갖는다는 차이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적분할보다는 물적분할 시 재상장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분율과 경영권을 온전히 유지하며 신성장 산업을 위한 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물적분할 후 회사를 신설하는 대상은 주로 그 기업의 핵심 사업이기에, 모회사에서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상장하면 모회사의 주주가치가 훼손된다. 훼손된 주주가치는 곧 주가로 이어져 모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던 소액주주들은 하루아침에 막대한 손해를 본다. 최근 잦아지는 기업의 물적분할은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 모회사의 자본가치가 희석되는 과정에서 본래 가치보다 더 크게 주가가 떨어지며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적분할로 주가가 급락한 최근 사례에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한때 ‘황제주’로 거론되며 2021년 초 100만 원을 돌파했던 LG화학은 지난 1월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LG화학은 현재 석유 관련 사업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2차 전지 사업에 기대를 걸고 미래지향적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차세대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부를 따로 뽑아내 신생 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 신규상장 직후 LG화학의 주가는 60만 원대로 급락했고, 연이은 하락세로 3월 15일 기준 50만 원대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K-주주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소액주주들이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K-주주운동에 자산운용사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BYC에 합리적 배당정책 및 부동산 자산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주가 제고를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VIP자산운용은 한라홀딩스에 자사주 매입, 소각 등 명확한 중기 주주 환원 정책 수립을 요구했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의 물적 분할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개인에 이어 자산운용사 차원에서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또 다른 K-주주운동의 형태로는 ‘세이브 코스피 (Save KOSPI)’운동이 있다. 이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주주 운동이다. 세이브 코스피 운동에서는 △상장사 합병 비율을 공정가격으로 결정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증거개시제도 도입 △물적 분할과 동시 상장을 허용하지 않고 반대주주에 매수청구권과 찬성 주주에 자회사 신주배정을 의무화 △자진상폐 이사회 결의 시에 매수청구가격을 공정가격으로 결정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각 원천 금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인정 △집단증권소송 소제기 요건 확대 및 즉시항고의 중단효 폐기로 8가지의 주주 가치 보호 수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약 3만5천 명이 동의했다. 또한, SNS 상에서 세이브코스피 포스터를 ‘#savekospi’, ‘#세이브코스피‘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는 ‘세이브코스피 챌린지’도 진행 중이다.

이렇듯 대주주들에 비해 보유 지분이 적은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그들의 K-주주운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소액주주의 가치를 제고하고 올바른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주식이 저평가되는 요인들을 해소해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주가 회복을 통해 소액 주주들의 자산이 알맞은 가치를 인정받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