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논쟁, GMO
끊이지 않는 논쟁, GMO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2.03.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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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농산물 연간 국내 수입 현황(출처: 서울신문)
▲GMO 농산물 연간 국내 수입 현황(출처: 서울신문)

지난해 5월, 유전자 변형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이하 GMO) 표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로 GMO가 화두에 떠올랐다. 전라남도 구례의 우유 생산업체 밀크쿱은 지난 2017년 신제품 ‘i우유’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유전자 변형을 가하지 않은(이하 Non-GMO) 사료를 먹인 젖소로부터 짠 원유로 만든 제품이다. 그런데 ‘Non-GMO 콩으로 키운 i우유’라는 표기에 대해 행정청의 시정 명령이 떨어졌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GMO로 분류될 수 있는 콩과 달리 ‘Non-GMO 우유’는 존재하지 않는데, 우유의 성분을 소비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해 밀크쿱 측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대법원은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 취소 판결을 내렸다. 소비자가 식품 생산의 모든 과정에 GMO가 들어가는지 확인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렇듯 GMO는 단순 표기부터 시작해 다양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GMO는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생물체의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와 결합하는 등 특정 목적에 맞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농산물을 일컫는다. 인구 증가와 함께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체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GMO가 개발됐다. GMO는 새로운 품종을 효율적으로 개발해 식량 자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이 20%에 불과해 정부와 산업계는 GMO에 우호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MO 농산물 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수입한 농산물 352만 톤 중 56%에 달하는 약 200만 톤이 GMO 농산물이다. 특히 수입 옥수수와 콩은 80~90% 이상이 GMO 농산물로, 각각 물엿과 과당, 간장과 두유 등의 형태로 가공돼 폭넓게 사용된다. GMO를 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전 승인을 받고, 이후 안전성 평가를 시행해야 하는 등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GMO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양측 모두 주장을 과학적으로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GMO를 반대하는 반 GMO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크며, GMO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강하다. 이들은 GMO가 건강과 환경에 해를 끼칠 가능성을 경계한다. 최근에는 GMO 안정성 심사 체계의 강화와 함께 식품의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모든 GMO를 표시한다는 ‘GMO 전면표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최초로 GMO 의무표시제를 도입하고 표시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현재는 GMO를 사용했더라도 열처리 등 정제 과정을 통해 DNA나 단백질 구조가 완전히 변했다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반 GMO 시민단체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최종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준다는 취지로 GMO 표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표시 확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 GMO 농산물을 수입해 가공하는 식품 관련 기업의 타격이 크며, 특히 GMO가 대부분인 옥수수나 콩 등을 비 GMO로 변경하면 20%가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GMO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필리핀 농무부는 지난해 7월 최초의 GMO 쌀인 황금 쌀 상업 재배를 승인했다. 황금 쌀은 체내 흡수 시 비타민A를 생성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쌀로, 옥수수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 유전자를 넣은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생후 6개월~5세 미만 어린이의 16~17%가 비타민A 부족 문제를 안고 있어 황금 쌀이 이를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황금 쌀이 주곡 작물이라는 점에서 농민 단체 등이 GMO 작물의 안전성과 다국적 대기업의 쌀 시장 참여로 인한 원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황금 쌀 재배를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이하 유전자 가위) 기술이 식물 품종 개량에 사용되면서 이를 GMO로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유전자 가위는 살아있는 세포의 DNA 일부를 자르거나 편집하는 기술인데, 우리나라는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만든 농산물(이하 유전자 가위 작물)을 GMO와 동일하게 분류 및 규제한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 작물의 규제가 완화된다면 다양한 기능성 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은 ‘외래 유전자가 도입되지 않았거나 도입된 유전자가 남아있지 않은 GMO에 대해서는 사전 검토를 통해 위해성 검사를 비롯한 각종 승인을 면제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즉, 유전자 가위 작물의 규제를 완화한다는 취지다. 반 GMO 시민단체에서는 그간 있었던 산업계·학계와의 소통 부재와 GMO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세계 추세를 따르라는 압박에 반발했다. 또한, 유전자 가위가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는 기술이라며 해당 안건에 반대하고 있다.

GMO는 전문적인 분야에서 큰 논쟁거리이지만, 시민들에게는 과거의 식상한 주제로 인식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스며든 주제인 만큼 관련된 쟁점과 논란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