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도서관이길
[지곡골 목소리]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도서관이길
  • 박진욱 / 기계 3
  • 승인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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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 오늘 같은 날에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분위기 있는 소설이나 읽으며 하루를 나는 것도 괜찮은 일이지. 한 주일 내내 숙제에, 보고서에 치여서 살았으니 하루정도는 조용히 책을 읽으며 지내는 것도 좋은 일이야. 참! 전에 친구가 읽어보라는 책이 있었지? 그래 그 책을 읽는 거야…’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공대 다니면 독서할 시간도 없겠다’고. 설마 시간이 없겠느냐는 내 말에 그들은 되묻는다. 그럼 이번 달에는 몇 권의 책이나 읽어봤냐고? 이번 달 베스트 셀러가 뭔지는 아느냐고? 이쯤되면 할말이 없어진다.

사실 책을 읽을 시간이야 만들 수 있다. 강의 사이사이 자투리 시간, 밤늦게나 아침 일찍, 그리고 주말. 하지만 막상 도서관에 가서 읽을만한 책을 찾기란 마치 ‘폐광된 금광 안에서 금 덩어리를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고전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대중소설은 5년 아니 10년쯤 지난, 중·고등학교 때에 읽었음직한 빛 바랜 책들이 대부분의 책장을 메우고 있다.

그래서 난 서점을 가면 너무나도 행복해진다. 빼곡이 꽂힌 책이 부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학교 도서관에는 더 많은 책이 꽂혀 있으니까. 광이 나는 새 책이 부러운 것도 아니다. 책은 어느 정도 손에 닳아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니까. 다만 내가 부러운 것은 읽고 싶은 책들이 책장의 칸마다 가득 꽂혀있는 것이다.

우리학교 도서관에는 희망 도서를 신청하는 제도가 있다. 자기가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책을 web을 통해 신청하면 도서관에서 구입하여 소장하는 제도이다. 전에 들은 얘기로는 통속적인 도서도 신청하고 구입이 되었다니 선정조건 역시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 싶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학교 학생 전원이 주기적으로 의견을 모아서 몇 가지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3년쯤 지나서는 도서관에서 일이년이 지난 따끈따끈한 책들을 꽤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 그렇지만 내 주위에서만 보더라도 도서신청을 이용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아니 없다. 그들의 얘기는 신청을 해도 3개월에서 많게는 반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비쳐지는 무은재 도서관은 아마도 가득 들어앉은 학생 모두가 전공 책을 펴놓고 열심히 사전을 뒤적이는 모습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책장의 많은 부분이 빛 바랜 책들로 채워진 지금의 도서관은 우리들 인식에 대한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이 상태로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서 2010학번 후배들이 보는 도서관은 아마도 고전서적 박물관이 되겠다는 혼자 생각에 자꾸만 쓴웃음이 나온다.

올해 안으로 ‘학술정보관’ 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도서관이 착공에 들어간다고 한다. 총장님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최신식 시설을 갖춘 대규모 도서관이라며 자랑이 대단하신 걸 보니 정말 굉장한 건물이 들어서겠다는 기대와 자부심이 생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아무리 좋은 건물, 최신식 시설의 도서관이 생기더라도 그 도서관의 핵심은 도서관 안 책장 가득 빼곡이 꽂혀있는 책들이라는 생각. 더욱 좋은 책을 소장하려는 도서관의 노력, 그리고 그 시설과 제도를 이용하려는 이용자의 의식이 좋은 시설 보다 먼저 갖춰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