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에 바란다] 학우들과 더불어 함께 하는 총학되기를
[총학에 바란다] 학우들과 더불어 함께 하는 총학되기를
  • 양해운 / 산업 4
  • 승인 200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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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학생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자치단체와 학생들과의 괴리라는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지난 13일, 제 15대 총학생회 선거가 실시되었다. 이번 선거는 4년만의 경선으로 후보와 학생들의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일례로 탈정치, 개인주의로 요약되어지는 요즘의 대학문화 속에서 보인 70%의 높은 투표율을 들 수 있겠다. 이는 작년 서울대에서 과반수가 되지 않는 투표율로 재선거를 치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러한 결과에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TV 토론회, 이를 시청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요약본 제공 등의 남다른 노력을 한 선거관리위원회와 후보들의 열띤 경쟁이 기여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올해 총학의 부재로 인해 학생들의 극대화된 요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으리라 본다.

그간 우리의 자치단체들은 학생들과의 괴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총학생회를 비롯하여, 동아리 연합회, 기숙사 자치회, 학생 학과 활동 협의회 등 이들 모두가 학생들의 여론 수렴에 어려움을 겪고 제 구실을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대학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또한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학교 자치단체 내에서 이루어진 기본 목적에 대한 재고와 자각, 학생들의 끊임없는 요구는 계속적인 노력을 있게 했다.

이번 15대 총학 선거 후보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감안해 자신들의 핵심 공약의 하나로 이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총학 BBS를 만들겠다든지, PBS를 여론 반영기관으로 활용하겠다는 등의 공약이 그것이다. 또한 열띤 경쟁의 소산인지 break week, 동아리 및 학교 프로그램의 학점 인정, 재정 자립화 등의 구체적인 공약들 또한 제시되었다.

여하튼 위와 같은 과정 속에 치뤄진 선거는 김강식, 허성일 후보가 박빙의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다소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이들에게 내가 학생으로서 요구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이 학생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자치단체와 학생들과의 괴리라는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당선이 되었으므로 그간 내세웠던 공약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약 또한 진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지켜본 두 번의 총학들은 학생들의 여론을 파악하지 못하고 스스로 ‘이것이 학생들을 위한 길이다’라는 자의적인 판단 하에 활동을 해 나간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학교측과의 협의 과정에서도 이렇게 학생들의 힘을 얻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전례를 잊어서는 안된다.

역사와 정치에서 자주 언급되는 정통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많은 사람과 조직이 각기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정통성이라는 말을 획득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대다수의 지지와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총학이 학생들과 괴리되어 자의대로 흘러간다면 이러한 정통성과도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진정한 학생들의 총학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적절한 여론 수렴 수단의 확보, 기획과 행정력, 주체성 등 많은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총학의 부재와 자치단체와의 괴리 등으로 갈증에 시달리는 학우들에게 작지만 실질적인 힘이 되어주고 또한 일반 학우들과 더불어 이러한 과정들을 함께 하는 15대 총학으로 굳건히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