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인플레이션, 우리대학은?
학점 인플레이션, 우리대학은?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2.02.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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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업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우리대학은 올해 1학기도 전면 비대면 개강이 확정됐고, 지난 2년간 비대면 수업은 우리대학을 비롯한 전국 여러 대학의 교육 트렌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비대면 강의의 실효성과 한계, 비대면 평가의 공정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평가 방식을 완화하는 등 코로나19 전후 성적 처리 면에서 큰 변화가 생겨났다. 지난해 4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195개교 A·B 학점 취득 비율은 87.5%로, 2019년 71.7% 대비 15.8%p 상승한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대학 구성원 사이에서도 우리대학에 소위 ‘학점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변화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전후 평점 분포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이에 본지는 본교 학사팀을 인터뷰해 코로나19 사태 전후의 평점 분포 현황과 분석 결과에 대한 견해를 알아봤다.

전공과목 A등급 비율
최근 몇 년간 우리대학의 전공과목 A등급(3.7 이상/4.3) 비율은 타대에 비해 높은 편으로 유지됐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우리대학의 전공과목 A등급 비율은 57.8%(*)로, 서울 주요 12개 대학 평균 43.6%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였다. 반면 2020년에는 61.7%로, 전년도 대비 3.9%p 증가했다. 해당 기간 서울 주요 12개 대학의 평균이 61.0%를 기록하며 17%p 가량 대폭 상승한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경희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등 일부 대학은 20%p에 달하는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GPA 분포 및 수업 운영 방식의 변화
우리대학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의 일환으로, 재작년 1학기부터 모든 학기에 비대면 개강을 시행한 바 있다. 또한, 기숙사 입사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인원을 한 강의실에서 수용할 수 없게 되면서 대부분의 강의와 평가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변화가 우리대학 학부생들의 평점 분포 및 전체 평점 평균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 파악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 이전(2018, 2019학년도)과 이후(2020, 2021학년도)를 비교했다. 평점 분포 면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전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전 학년·전 교과목을 통합해 학기별로 산출한 성적 분포에서 A 학점 구간 비율은 코로나19 이전 4학기 평균 52.1%에서 코로나 이후 4학기 평균 57.9%로 크게 상승했다. 반대로 B 학점 구간은 같은 기간 38.8%에서 35.1%로 줄었다. 보다 세부적으로 분석했을 때, A0와 A- 비율의 상승과 B+ 구간의 하락이 비교적 돋보였다. 해당 성적대에 많은 수의 학생이 분포하고 있는 만큼, 이런 변화는 우리대학 학생들의 학점 인플레이션 체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생 전체의 평균 GPA는 2018-1학기부터 2021-2학기까지 학기별로 △3.41 △3.44 △3.43 △3.48 △3.52 △3.51 △3.49 △3.50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4개 학기 평균은 3.44, 이후 4개 학기 평균은 3.51이다. 학사팀은 “2018년 대비 2021년의 전체 평점 평균이 0.05~0.09점가량 상승한 것으로 볼 때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으나 미미한 상승세가 확인된다”라고 하면서도, “2019-2학기의 평점 평균이 높은 것에서 보이듯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상승세는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즉, 평점 평균 상승의 요인이 최근의 증가 경향성 때문인지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인지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학사팀에서는 2018년 이전 4개 학기(2016-1,2, 2017-1,2)의 학부생 전체 GPA가 각각 △3.35 △3.35 △3.36 △3.40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기간의 산술평균은 3.37로 2018~19년의 평균 3.44보다 낮은 수치다. 이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약간의 상승세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이후의 성적 상승 폭은 과거 상승세와 비교해 이례로 보이지 않는다. 모든 학년에서 비슷한 성적 변화를 보였으며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4개 학기보다 이후 4개 학기에서 소폭 상승했다는 결과는 확인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강의 운영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었는데, 코로나19 이전인 2018, 2019년에는 원격 강좌의 수가 각각 0개, 6개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2020년에는 656개의 원격 강좌와 91개의 혼합형 강좌(온·오프라인 병행)가 운영됐다. 학사팀은 “코로나19 이후 수업 운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며 “기존에 없던 유형의 강의가 다수 생성되면서 대학 차원에서는 지난해 4월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수업의 단점을 개선함과 동시에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학점 인플레이션 분석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맞춘 적절한 조처이고 지나친 학점 경쟁을 완화해주며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코로나와 비(非)코로나 학번 간의 학점 격차를 만든다는 부정적 견해도 존재한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 같은 쟁점 때문일 것이다. 학사팀은 코로나19 사태 전후 성적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타 대학보다 비대면 수업 운영을 빠르게 도입·안착한 점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2020년 PLMS로 수업 관리 시스템 고도화 △온라인 수업 환경 개선 △모니토 스쿨 등 비대면 평가 플랫폼 사용 지원이 비대면 수업환경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다. 이렇듯 비대면 강의 운영이 꽤 효율적으로 운영됐다는 점과 전체 GPA 통계 분석 결과로 미뤄 보아 우리대학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나타난 대학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의 학점 인플레이션이 미미한 편이라면, 학점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대학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일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학사팀은 두 가지의 견해를 제시했다. “전체 평점 평균은 최근 몇 년간 B+ 범위인 3.3~3.5 사이에 있기 때문에 타 대학과 비교해 불리함을 가질 만한 낮은 수치가 결코 아니다. 또한 우리대학 특성상 종합대학과는 차별점이 있는 소규모·이공계 대학의 특수성을 갖고 있기에 취업 경쟁의 불리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 1년간 전공과목 총 수강자 수 대비 A- 이상 학점 취득 학생 수의 비율로 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