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면서 돈 번다, P2E 게임
게임하면서 돈 번다, P2E 게임
  • 조민석 기자
  • 승인 2022.02.2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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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P2E게임(출처: 데일리임팩트)
▲게임 내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P2E게임(출처: 데일리임팩트)

 

최근 P2E 게임이 게임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P2E는 ‘Play to Earn’의 약자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게임을 하면서 쌀 사 먹는다’라는 의미에서 ‘쌀먹’이라고도 불린다. P2E 게임에서 사용자가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로 철저히 관리되며, 게임사에서 개발한 암호화폐로 교환해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갑자기 생겨난 개념은 아니다. MMORPG 류 게임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나 작업장 등 이전에도 게임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한 시도는 계속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사는 이를 공식적으로 용인하지 않았다. 아이템 현금거래는 사용자들에게 이익이 될지 몰라도 사적 거래소가 운영되면 게임사에 이익이 되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임사가 직접 거래소를 운영하더라도 문제는 많다. 실제로 게임 ‘디아블로3’에서는 현금 아이템 경매장을 운영했지만 △재화 복사 버그 △해킹 △서버 관리 △시세 관리 등의 문제 때문에 곧 폐쇄했다. 그래서 게임사는 사용자에게 게임 내 상점을 통해 직접 아이템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사용자들 간의 모든 거래가 네트워크에 기록돼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사적 거래소에서 거래 사기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구제받기 힘든 경우가 많지만 P2E 게임은 게임사가 거래를 관리하기 때문에 사기 발생 위험이 낮다. 또한 NFT 아이템은 그 특성상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안심할 수 있다. NFT 아이템의 등장으로 사용자가 아이템의 소유권을 갖게 된 것도 현금 거래를 가능케 한 주요 원인이다. 지금까지는 게임사가 사용자들에게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사용권을 빌려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게임사에서 패치를 통해 성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었고,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금지하더라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NFT 아이템, 캐릭터는 사용자가 소유권을 갖기 때문에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며 거래 품목 자체가 변질할 걱정도 없다. 또한, 거래를 관리하는 주체가 사용자에서 게임사로 돌아왔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안전해졌고 게임사에서 직접 암호화폐를 개발해 운영하므로 게임사는 거래 수수료나 암호화폐의 성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비트코인의 후발주자를 뜻하는 알트코인 시장이 팽창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P2E 게임으로 꼽히는 ‘엑시 인피니티’는 사용자가 월평균 100만 원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글로벌 동시 접속자 수가 13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필리핀에서는 평균 임금보다 엑시 인피니티를 플레이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클 정도로 P2E 게임은 이미 하나의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엑시 인피니티는 베트남의 ‘스카이 마비스’가 서비스 중인 수집형 모바일 게임으로 ‘엑시’라는 가상의 동물을 모아 3:3 대전을 펼치는 형식이다. 사용자들은 다른 사용자들과의 대전에서 이기거나 몬스터를 쓰러뜨려서 암호화폐 형태의 게임 내 재화인 SLP(Smooth Love Potion)를 얻을 수 있다. 획득한 SLP는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도 있고 더 좋은 엑시를 얻거나 교배시키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P2E 게임은 사용자와 게임사 모두에게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주며 게임사 입장에서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기회이다. 또한 음지에 있던 작업장이나 사적 거래소를 양지로 끌어올린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P2E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이뤄지고 있다. P2E 게임은 구조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 만약 게임을 통해 재화를 벌어 현금화하려는 사람만 있고, 현금으로 재화를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 게임은 얼마 안 돼 망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인기가 감소하면 자연스레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도 줄어들 것이고, 사용자들은 다른 P2E 게임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앞서 예를 든 엑시 인피니티 또한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400원까지 뛰었던 SLP 코인의 가치는 12원대까지 하락했으며 현재도 회복하지 못한 채 50원 이하에 머물러 있다. 높은 진입장벽 또한 문제다.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서 엑시 3마리를 구매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1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국내 첫 P2E 게임인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대해 사실상 게임 서비스 금지에 준하는 등급 분류 결정 통보를 내렸다. 같은 이유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P2E 게임인 ‘미르4’도 국내에서는 토큰을 취득하지 못해 돈을 벌 수 없다. 그러나 P2E 게임이 이미 하나의 대세가 된 만큼 빠르게 규제가 철폐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P2E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사들은 좋은 수익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가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에는 재미있는 게임만이 끝까지 남아 게임사에 수익을 안겨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