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성 없는 노력
목적성 없는 노력
  • 손유민 기자
  • 승인 2022.02.2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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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력에는 목적이 없었다. 모든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목표에는 과정과 상관없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결과가 생긴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박증을 불러왔고, 실패에 따르는 허탈감이 두려워 목적성 없는 노력을 추구했다. 목표나 목적이 없다고 해서 나태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쌓여있는 사소한 목표들과 계획에 얽매여 있던 나에게 해방감은 새로운 동력이 됐다. 돌덩이 같던 부담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일에 뭐든 적극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고, 노력도 네 재능이라는 말과 함께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무엇이 그렇게 나를 몰아붙였을까 생각해봤다. 무의식중 느끼는 성취감이 그 답이었다. 내가 말하는 성취감은 그다지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에겐 웃기고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재밌는 말 한마디로 친구들을 웃게 만든다면 그 또한 하루의 동력이 됐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매일 최소한의 공부량이 자연스레 채워지던 고등학생 때는 특별한 목표가 없더라도 작은 성취감 하나로 내일을 살아갔다.
우리대학에 입학한 나는 ‘대학’이라는 공간만으로도 설렜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여태까지와 다를 바 없는 열정형 인간으로 살아갈 줄 알았지만, 막상 지금의 나는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정기적인 운동, 봉사, 수업이 없어지면서 사람과의 만남이 줄고 규칙적이던 생활 습관이 무너졌다. 일상에 크고 작은 목표를 두지 않고, 목적마저 모호했던지라 그만큼 노력도 줄었다. 목표 의식의 부재로 생활 습관이 흐트러지며 무기력해지는, 일명 번아웃이 찾아왔다. 나는 목적성 없이 노력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때를 계기로 노력에도 목적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힘들었던 지난 학기를 마치고, 두 달의 짧은 방학과 새해를 맞으면서 다시 노력에 목적을 두기로 했다. 새로운 목표는 책과 글에 자주 노출되기. 매일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도, 많은 양의 일을 해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책 5쪽만 읽어도 ‘책에 익숙해지고, 가까워지자’라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마음가짐이 내 목적을 ‘작은’ 성취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생각의 바탕이다. 발전하는 나는 스스로 성취감을 불어넣고, 이는 곧 노력의 원동력이 돼 행복으로 이어진다. 올해에는 딱 한 가지만 꾸준히 노력하자는 마음으로 책과 친해지기에 도전하고 있고, 규칙적인 습관이 생기니 복잡하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코로나19 사태와 비대면, 몇 년째 우리를 지치게 하는 단어다. 새 학기가 다시 비대면으로 시작돼 혼자 무료함과 무력감에 휩싸이기 쉬운 지금, 목적성 있는 노력을 통해 작은 원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