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외부인에 대한 무조건적 규제 옳지 않다
[지곡골 목소리] 외부인에 대한 무조건적 규제 옳지 않다
  • 홍비학 / 생명 박사과정
  • 승인 2001.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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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곡회관에 보면 요사이 음악 틀어놓고 댄스 연습하는 학생들이 자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모습에 별다른 생각을 안했었습니다. 사실 춤추고 있으면 슬쩍 돌아갔고, 부산이나 서울 등지의 ‘편평한 돌바닥이 있는 넓은 장소’에서는 그런 모습을 자주 본 적이 있어서 그냥 그런 것이려니 생각했고, 그 애들 춤추고 있으나, 어린 꼬마들 고함지르고 뛰어다니나, 외부인들 잔뜩 들어와있거나 다 그게 그거 아니냐’라고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학교게시판을 보니 이 문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그분들에게는 심각한 피해가 있었거나 또는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모양이다 싶어서 글을 읽어봤지만 그다지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춤추는 학생들이 혹시 나쁜 짓을 한 겁니까? 우리학교 구성원들의 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나요? 저는 그 아이들이 춤추는 것을 금지하고 구내 출입을 금지하는 행위를 ‘나한테 방해된다. 그러니 꺼져’로 봅니다. 실제로 뭔가 피해가 있다면 다르지요. 그저 ‘지나다니는데 불편하다(정말로? 2미터도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내지는, ‘그들이 ‘매일’오는게 싫습니다’의 주관적 감상, 그리고 ‘밥을 먹은 후, 의자에 앉아서 친구들끼리 얘기하면서 편하게 후식을 먹지 못한다’는 단편적인 이유들이지요.

그 아이들이 실내에서 금지된 흡연을 한다거나 또는 음주 후 난동을 부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런 경우에도 우리학교 학생들은 보통 ‘방관’만 하는데, 이상하게도 ‘모여서 춤을 추는 행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의견’만요. (누구든 그들에게 가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너희들의 행동이 방해되니 나가주기 바란다’라고 하신 분 있으십니까?)

지곡회관은 대학 지역이니 만큼 대학 당국의 단속 의지만 있다면 그러한 행위는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대학 구성원이 있고 그들이 실제로 대학에 끼치는 해가 있다면 그들을 몰아낼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습니다.

제 경험 하나 간단히 이야기하고 끝내겠습니다. 저는 인천 출신입니다. 당시 인천 출신의 고교생이라면 누구나 인하대 및 인하대 주변에서 ‘논’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때 인하대 구내에선 복학생들로 구성된 자율규찰대가 순찰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들은 술먹고 사고를 친다던가 또는 뭔가 문란한 행위에 대해서만 제재를 하고 구외로 내쫓았을 뿐 그냥 모여서 간단히 노는 정도에 대해선 내버려뒀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 안으로 경찰을 부르는 건 상상도 못하던 시절의 이야기지요. 외부인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배타적이지 말고 어느 정도 범위내에서는 이 캠퍼스를 공유할 수 있도록 활용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