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끝나도 재택근무 유지될까?
코로나19 끝나도 재택근무 유지될까?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1.12.14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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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기업에서 도입한 재택근무(출처: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기업에서 도입한 재택근무(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1일부터 방역 지침이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로 완화되면서, 시민들의 사회적 활동과 이동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택근무를 시행하던 기업들 또한 출근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무 형태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2년간 재택근무가 급격히 확대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재택근무자는 지난 8월 기준 114만 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해인 2019년의 국내 재택근무자 수가 9만 5천 명인 것과 비교해 1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한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근로자 역시 증가했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에서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 의하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의 88.2%가 이에 만족했으며, 87.3%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 유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구성원 간의 소통과 기존의 직장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많은 기업이 부분적·전면적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기업 내에서도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으며, 이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미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결과, 통근비가 줄어들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의 소득이 그렇지 않은 이보다 5%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재택근무는 통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환경이 유연해지며 삶의 질이 개선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노동 가능 인구의 절반이 넘는 MZ세대는 무리한 사회관계를 맺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끼는데, 재택근무가 이를 완화한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최근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에도 재택근무 형태 유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재택근무 확대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대면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감소해 근무 태만과 추가적인 직원 관리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재택근무 증후군’을 앓는 근로자가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무로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일상생활 중에도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의 30% 정도가 계속 일하고 있는 기분을 느끼거나 비대면 소통에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재택근무로 랜섬웨어, 데이터 유출과 같은 사이버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국적 보안 업체 그룹아이비에 따르면, 지난해 재택근무 환경을 노린 사이버 위협이 29억 건에 달했다. 보통 이를 막기 위해 VPN, DaaS와 같은 암호화 통신을 이용하는데, 여기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따른다. 어떤 VPN이라도 취약점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는 보안 패치를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VPN 없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원격접속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비욘드코프 엔터프라이즈에서 제안한 브라우저의 원격접속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무 트렌드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   △드롭박스 △링크드인 등의 기업을 필두로 ‘재택근무 관리자’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재택근무 관리자는 재택근무자를 대신해 서류 작업을 처리하거나 인터넷 환경을 관리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피터 카펠리 교수는 “원격근무 인력의 비중이 높은 기업은 △물류 개편 △사내 문화 고취 △업무 실적 관리 등의 측면에서 의사소통과 인재 관리에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관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라며 재택근무 관리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인 ‘거점 오피스’를 여러 지역에 세우는 모습 또한 나타났다. 기존의 거점 오피스는 IT기업을 중심으로 세워졌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종과 관계없이 세워지고 있다. 재택근무와 비슷하게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근무와 휴양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도입됐고, 휴양지에서 근무하는 업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한편, 해외 각국에서는 주 4일 근무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중앙 정부의 주도로 주 4일 근무제를 실험한 바 있다. 실험 참여 근로자 상당수의 근무 시간이 단축됐으며, 업무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해당 실험은 근무제 단축 시행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영국 기업의 20%가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 4일 근무제로의 전환을 고민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급격히 확대된 원격근무 시스템과 변화된 업무 트렌드는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사이버 위협과 재택근무 증후군 등 부가적인 문제점 또한 남아있다. 이를 보완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근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