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에 ‘영끌’ … MZ세대 자산 격차 역대 최대
‘빚투’에 ‘영끌’ … MZ세대 자산 격차 역대 최대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12.1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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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자산 및 소득 변화(출처: 동아일보)
▲2030세대의 자산 및 소득 변화(출처: 동아일보)

 

MZ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평가받는다. 살인적인 취업 경쟁과 주거 불안으로 저축은 고사하고 대출금 상환으로 바쁜 청년이 많은 가운데,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발표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분석 결과, 최근 MZ세대 내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자산 하위 20%의 평균 자산은 2,473만 원, 상위 20%는 8억 7,044만 원으로 양 집단의 격차가 무려 35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MZ세대 내 자산 격차는 자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부의 대물림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주택 가격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 젊은 층의 주택 매입이 늘었다. 이에 상대적으로 개인 소득이 적은 2030세대 사이에서 소위 ‘부모 찬스’로 부모나 친인척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지난 2019년까지 상속 또는 증여로 서울의 주택을 매입한 10~30대의 비율은 전체 주택거래의 1% 미만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20%로 급증했다. 주택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 계획을 증빙하는 제도인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제’의 허점을 노린 편법 증여도 기승을 부린다. 지난 3년 사이 10세 미만 미성년자 또는 영아가 주택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한국부동산원의 미성년자 주택 매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 10월까지 미성년자 222명이 주택 두 채 이상을 매입했으며, 이들이 매입한 주택은 총 723채로 1천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반면 일반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KB국민은행 리브 부동산에 따르면 연 소득 대비 주택구매가격 비율은 지난 6월, 2년 만에 18.5로 치솟았다. 평균 소득을 버는 사람이 평균 가격의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8년 6개월을 모아야 함을 의미한다. 근로 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산다’라는 생각으로 빚을 내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빚투’와 ‘영끌’이 유행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39세 이하의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259조 7,000억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부모 찬스로 주택을 매입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둔 이들과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청년들이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경기 악화로 일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다. 올해 들어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65만 명가량 증가했지만 그중 47만 명이 60대 이상이다. 어려운 고용 상황을 반영하듯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구직자 651명 중 54.4%가 ‘올 하반기 취업에 성공할 자신이 없다’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부족한 스펙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60.7%로 가장 많았다. ‘단군 이래 가장 총명한’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MZ세대 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살인적인 경쟁과 고용 축소로 취업이 쉽지 않다.
부의 대물림이 부모의 재력에 따른 교육 격차로 인해 고착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교육부에서 입수한 ‘고교체제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이 높을수록 자녀가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에 진학할 확률이 높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700만~1,000만 원인 가정의 학생 중 3.5%가 특목고에 진학했지만, 100만~300만 원인 가정의 학생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또한, 아버지 학력이 대학원 이상인 가정의 자녀 중 4.8%가 특목고에 진학했으며, 대졸이 2.4%, 고졸이 1.1%로 그 뒤를 이었다. 오늘날 과학고, 영재학교를 비롯한 특목고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디딤돌로 여겨진다. 좋은 대학 진학이 고소득 직업으로 이어져 부모의 학력과 재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자산 양극화 현상은 MZ세대의 사회계층 이동에 대한 인식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8월 서울시가 서울서베이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MZ세대는 본인의 사회계층 이동 가능성을 4.74점(10점 만점)으로 평가했으며, 이는 지난 2015년의 조사 결과(5.16점)에서 0.42점 하락한 수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00%로 인상했다.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가계의 이자 비용도 연간 약 6조 원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1월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초저금리에 빚을 내고 부동산에 투자한 ‘영끌족’은 또 좌불안석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자산 시장에 새로운 국면이 예상되는 만큼, 그에 맞는 새로운 청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