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과거 일본이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한 단상
[지곡골 목소리] 과거 일본이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한 단상
  • 김동현 / 컴공 2
  • 승인 2001.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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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자주 들르는 PC통신의 어느 모임에 “분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내용인즉슨, 2차대전 동안 일본군이 자행한 학살과 생체실험 등의 장면이 담긴 사진들을 모아서 공개한 인터넷 어느 사이트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때마침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주장이 맞물려 있던지라, 관심을 가지고 사이트를 둘러보니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평소에도 전쟁은 참혹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였지만, 그 사이트가 고발하는 현실은 그 상상마저 뛰어넘어버리는 내용들이었다. 꿈에서도 생각하기 힘든, 그런 잔혹한 장면들이 즐비했다. 처형당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악마같은 웃음을 짓던 일본군인, 그리고 일본이 그토록 발뺌하는 정신대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사진들… 사이트를 다 둘러 보고 나서 무슨 이유가 있어도,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 그걸 더 이상 들춰서 뭘 하겠느냐고. 더 파헤치고 들추기 보단 새로운 관계정립에나 힘쓰자고. 어찌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지나간 과거를 들추어서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것 보다,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더구나 우리나라에 있어서 일본이라는 나라는 좋든 싫든 지금으로선 공존을 추구해야 하는 입장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일본이 자행한 그 수많은 잔혹행위들에 대한 최소한의 규명과 정리작업은 필요하다. 그런 우리들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작업없이 새로운 관계를 잡는데만 급급한다면, 그건 결국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구성원의 마음속에 미움과 불신이 가득한데, 그 관계가 오래가거나 좋게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즈음해서, 또한 언제나 그랬듯이 독도문제가 터질 때마다, 관계악화가 무서워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하는 우리 정부나 언론, 혹은 우리들은 이제는 좀 다르게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눈앞에 보이는 그런 것들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뭐가 더 중요하고, 뭐가 더 필요한 것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고, 더 중요하고 더 필요한 것을 따라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봄에 우리 포스테키안은 이런 문제에 관해서 어떤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