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10년 만에 폐지
‘실효성 논란’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10년 만에 폐지
  • 김지원, 조민석 기자
  • 승인 2021.11.1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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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셧다운제의 역사(출처: 매일경제)
▲게임 셧다운제의 역사(출처: 매일경제)

 

청소년의 게임 중독 방지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전면 폐지된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다. 지난 2011년에 도입된 셧다운제는 해외보다 규제 수준이 높다고 인식된 제도를 완화하는 ‘규제 챌린지’ 과제에 포함돼 본격 폐지 수순을 밟는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규제 챌린지를 통해 8개 법안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으며, 그중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셧다운제 폐지 결정 … 여전히 찬반 팽팽
현재 시행되고 있는 셧다운제는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 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오랫동안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해온 게임 업계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청소년의 선택권을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게임 시간의 증가가 실제 게임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없으며, 모바일 게임을 제외한 PC 게임에만 적용되는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른바 ‘마인크래프트 사태’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7월, 12세 이용가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인해 국내에서만 성인 게임으로 전환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됐다. 이에 게임 이용자 모임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은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 이용자의 권리와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고 한국 시장의 고립만 초래한다”라며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편, 청소년들을 게임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깨지는 것이라며 셧다운제 폐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현행 셧다운제의 실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PC에만 한정돼있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모바일 게임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건강복지 관련 전문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를 비롯한 14개 학술단체와 학부모,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이들의 균형 잡힌 성장과 건전한 게임 이용환경 조성을 위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일동’은 성명을 내고 “셧다운제는 게임 업계의 과도한 상업주의로부터 게임소비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며 “셧다운제를 폐지하려는 시도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고 주장하는 등 시민단체와 학부모의 반발이 여전하다.

게임 셧다운제 해외 사례
베트남은 한국보다 더 강경한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인터넷 카페’라는 이름으로 PC방이 운영되고 있는데, 베트남 정부는 오후 11시 이후 심야 인터넷 카페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1년부터는 성인과 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금지하는 셧다운제를 시행했다. 중국의 경우, 18세 이하 청소년은 평일에 1시간 반, 휴일에는 3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새로운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금요일부터 일요일, 법정 공휴일의 오전 8시와 오후 9시 사이 13시간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셧다운제가 강화됐다. 반면, 태국에서는 도입 후 2년 만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그대로 … 눈 가리고 아웅?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로 청소년 게임 이용의 자율성이 늘었지만, 여전히 ‘선택적 셧다운제’로 불리는 게임 시간 선택제가 남아있다. 게임 이용 가능 시간대만 늘었을 뿐 여전히 회원 가입 시 법정 대리인인 부모 동의가 필요하고 부모의 요청으로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게임 시간 선택제로 인해 마인크래프트뿐만 아니라 △엑스박스 라이브(Xbox Live)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layStation Network) △닌텐도 등 유명 콘솔 게임의 온라인 계정이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가입을 막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 과몰입 방지 대책 도입
청소년의 게임 이용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정부는 게임 과몰입 방지 대책을 추가로 시행할 계획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게임 과몰입’을 포함해 건강하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을 확대해 청소년의 게임 이용 조절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사행성 및 선정성 요소를 최소화하도록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고 청소년 유해 광고 차단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도록 했다.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통해 검사와 상담을 제공하고 저소득층의 경우 최대 50%까지 치료비를 지원하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대한 과의존으로 집중 치료가 필요한 경우 기숙형 치유캠프 및 인터넷 치유학교를 확대 운영하도록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됨에 따라 게임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 시간 선택제로 인해 콘솔 및 해외 게임사들이 성인 인증을 요구하고 있어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청소년 게임 이용의 자율성이 커진 만큼 게임 과몰입에 빠지지 않도록 가정에서 주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청소년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단순히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게임이 더는 사회악으로 치부되지 않고 건전한 놀이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개인의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