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재도약을 꿈꾸며
우리대학의 재도약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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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1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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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이 오면 달력이 1장밖에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함께 남은 마지막 한 달이라도 열심히 살아서 한해를 잘 마무리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12월에는 우리대학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는 개교기념일도 있어서 대학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대학이 1986년 12월 3일에 개교를 했으니 이제 만 35년을 지나 이제 36년차로 접어들게 돼, 사람으로 따지면 청년으로서 최고의 전성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대학은 실제로 그런 전성기에 해당될 만큼의 상태에 있으며 그런 성과를 보여주고 있을까?   
필자는 우리대학이 설립된 지 약 10년 정도 되는 시점에 부임했다. 그때만 해도 우리대학은 대한민국에서는 단연 최고로 평가받았고, 우리의 경쟁 상대는 대한민국에 있는 대학이 아닌 글로벌 최고 수준의 대학이었다. 우리대학에서 이룩한 크고 작은 성과는 자주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됐고, 국민들은 우리대학 학생이나 교수를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와 전문가로 인정했다. 그 당시 학생들도 그리고 교수들도 포항공대의 구성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다른 대학들도 정부의 BK사업 등을 계기로 점점 내실화와 투자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키웠고, 그러는 사이 우리대학의 위상은 위협받아 왔다. 즉, 우리의 강점이었던 학생에 대한 장학 정책, 무료 기숙사, 학생을 위한 각종 복지 및 혜택 등에 있어서 다른 경쟁 대학과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었으며, 교원에 대한 대우도 다른 경쟁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늘리는 동안 우리대학은 정체돼 있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즉, 독보적이었던 우리대학만의 차별화 된 지원 정책은 이젠 예전만큼 대단해 보이지 않게 됐고, 그사이에 다른 대학들은 다양한 우수 학생 및 교원 유인 정책들을 만들며 꾸준히 경쟁력을 끌어 올려왔다. 발표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 순위도 꾸준히 떨어져 관련 뉴스를 보게 되면 때때로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우리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기존의 대학을 뛰어넘을 최고의 대학을 세우겠다는 각오로 개교를 준비했던 35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고 수준의 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설립 이사장의 소명 의식에 가까운 각오, 대학 설립 취지를 잘 이행해 새로 만든 대학을 단기간에 최고의 대학으로 이끈 초대 총장의 리더십, 선진국의 좋은 환경에서 연구 중에 대학의 비전을 믿고 우리대학에 기꺼이 부임한 교수들이 만들어 낸 최고 수준의 실적, 신생 대학이지만 대학을 믿고 입학해 열심히 공부해준 학생들의 노력 등이 그것이다. 
신생 대학을 개교하자마자 최고의 대학으로 우뚝 서게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려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대학은 그러한 새로운 역사를 만들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이제 우리는 바로 그때로 돌아가서 대학을 새로 설립한다는 마음으로 고민해야 한다. 35년 전의 우리대학이 만든 비전과 기존 대학과의 차별화 정책 등을 꺼내어 살펴보고, 그런 정책들을 현재의 시점에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학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들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 하고, 재단은 대학을 새로 설립한다는 마음으로 미래 지향적인 비전 제시와 과감한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개교 당시처럼 국내외를 가리지 말고 추진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분을 총장으로 모시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기술의 출현으로 인한 세계적인 기술 경쟁, 중국의 부상으로 야기된 국제 질서의 재편 경쟁 등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그 여파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소재한 대학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변혁과 위기의 시기에 우리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렇게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흐르는 강물에 정지해 있으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물길에 휩쓸려 저 뒤로 멀리 떠내려가는 것이다. 우리대학 제2의 도약을 위해 지금 당장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