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노예로 전락한 플랫폼 노동자
별점 노예로 전락한 플랫폼 노동자
  • 박지우 기자
  • 승인 2021.09.0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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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시스템이 악용된 예시(출처: 중앙일보)
▲별점 시스템이 악용된 예시(출처: 중앙일보)

 

플랫폼 노동이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 중개되는 근로 형태로, 플랫폼 운영 기업은 중개 대가로 이익을 취한다.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노동자는 179만 명으로 그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일부 플랫폼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규모가 커지며 임금도, 자영도 아닌 중간 지대 노동이 증가하는 상황임에도 해당 노동자들은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로만 구분하는 현행 노동법 체계상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한다. 정부의 대책으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기존 노동법제와 분리하는 보호 방안으로 노동계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음식 배달을 포함해 △택시 △가정집 청소 △개인 강습 등의 서비스가 플랫폼에서 거래된다. 플랫폼은 대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후기를 작성할 수 있는 별점 제도를 운용한다. 쌓인 별점은 곧 다음 소비자의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리뷰 이벤트를 제공하고 손편지를 동봉하는 등의 노력으로 고객에게 높은 별점을 부탁한다. 리뷰 이벤트란 리뷰를 약속받고, 추가 음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리뷰 이벤트 참여를 약속하고 지키지 않거나, 낮은 별점을 주기도 해 점주들이 곤욕을 겪고 있다. 별점 제도의 본 목적을 고려해 소비자의 솔직한 평가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뿐더러 평가는 서비스의 질이 아닌 ‘기분’에 좌우되는 등 변동 사항이 많다. 또한, 별점이 약간만 떨어지더라도 판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별점에 생존이 걸린 플랫폼 노동자들은 높은 별점을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가정집 청소 서비스 플랫폼에선 노동자 사진 옆에 점수가 표시된다. 동일 업종의 다른 플랫폼에선 별점에 따라 시급에 차등을 두기도 한다. 택시 업계도 영락없는 별점 노동 중 하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별점이 특정 기준보다 낮은 택시기사들에겐 우선 배차 기능을 제공하는 ‘카카오T 택시 프로 멤버십’ 가입을 못 하게 한다고 밝혔다. 시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플랫폼 노동자들은 ‘무리한 요구’와 원래 업무의 경계를 헷갈리게 된다. 별점과 리뷰는 고객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므로 감정 노동까지 떠맡게 됐다. 지난 6월 새우튀김 1개를 환불해달라며 집요하게 요구한 고객의 압박에 시달리던 한 소상공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권리로 주어진 별점 제도가 악용돼 권력이 됐고, 플랫폼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별점 시스템의 결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만족도보다 높게 평가되는 별점 인플레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 일부 점주가 별점 수정을 요청하거나, 별점을 높게 줘야 한다는 소비자 심리로 인해 서비스 평가의 객관성이 떨어진다. 리뷰는 나쁘게 쓰더라도 이벤트 대가로 별점만 5점을 주는 상황도 생기다 보니 가게 간 별점의 변별력이 없다. 돈으로 별점을 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배달 앱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8~9월의 집중 모니터링 기간에 허위 리뷰 2만 5,000여 건을 적발했다고 밝혔으며 리뷰 조작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플랫폼의 설계 속 고객과 플랫폼 노동자 사이 갑을 관계가 형성되고, 이런 관계가 더 많은 거래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선 별점 경쟁이 붙을수록, 거래가 늘어날수록 이득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이들의 분쟁에 침묵하지 않고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재로선 블랙 컨슈머들의 낮은 별점과 안 좋은 리뷰를 신고하더라도 삭제되지 않고, 최대 한 달만 가려진 후 다시 복구된다는 맹점이 있다. 배달의 민족 본사 측은 고객에게 허위 리뷰 작성 및 수정을 요구한 업체에 광고를 중단하거나, 일부 소비자에게 리뷰 게시 중단을 요청하는 제도를 함께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배달 앱 위메프오는 지난 6월 블랙 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안심 장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배달 신고를 하거나 ‘만나서 결제’를 선택한 후 연락이 없는 고객의 경우 악의적인 사례로 판단되면 앱 사용을 중단시킨다. 또한, 이물질 사고가 접수되면 바로 환불시키기보단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사실 여부를 검증 후 조치한다. 
한편 별점 제도를 회복하고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음식점 정렬 탭에서 ‘재주문율’을 추가하자거나, 최근 별점 시스템을 인공지능 기반 ‘태그 구름’으로 대체한 네이버처럼 다른 평가 시스템을 이용하자는 의견이 있다.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시스템의 변화가 촉구되는 시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2일 플랫폼 내 사업자와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리뷰와 별점 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 악성 리뷰·별점 테러 피해 예방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을 포함한 5가지 정책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플랫폼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에서 리뷰의 공익성을 판단하고 양측 모두가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악성 리뷰를 판단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피해 점주에게 적절한 보상 및 치료를 제공하는 등 플랫폼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도 익명성에 숨어 별점 시스템을 악용하지 않고, 건전하고 올바른 소비 생활 습관을 지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