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헤테로고리 카빈을 이용한 생체 내 안정한 유기 라디칼 합성
질소 헤테로고리 카빈을 이용한 생체 내 안정한 유기 라디칼 합성
  • 이은성(화학과 부교수) / 정구윤(화학과 석사 과정)
  • 승인 2021.09.0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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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사용되는 유기 라디칼의 최신 예
▲널리 사용되는 유기 라디칼의 최신 예

 

 

질소-헤테로고리 카빈
고리형 구조를 가지는 카빈 탄소와 한 개 이상의 질소 원자를 포함하는 헤테로고리(Heterocyclic) 화합물을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이라 부른다. 본래 카빈은 옥텟 규칙을 만족하지 못해 매우 불안정한 화합물이지만, 지속적으로 안정성을 지닐 수 있는 카빈(Persistent Carbene)의 존재가 1957년 Breslow에 의해 처음 제안됐다. 그 후, 1991년 Arduengo 그룹에서 최초로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을 성공적으로 분리할 수 있음을 보고했다.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이 전자적 효과(Electronic Effect)와 입체적 효과(Steric Effect) 특성으로 인해 상당한 안정성을 가진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후 다양한 유사 구조를 가지는 질소-헤테로고리 카빈들이 보고됐다. 

 

▲트라이아제닐(Triazenyl) 라디칼
▲트라이아제닐(Triazenyl) 라디칼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에 의해 안정화된 주족 원소 라디칼들
라디칼은 생화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홀 전자를 가지고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공기와 물에서 불안정하고 반응성이 매우 크다. 라디칼은 유기 반응이나 생물학적 반응에서 중간체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라디칼을 분리해 얻어내는 것은 반응성을 이해하는 과정에 중요하다.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은 불안정한 라디칼들을 안정하게 하고 분리 또한 가능하게 했다. 본 연구실에서는 독특한 전기적 성질을 갖는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을 도입해 상대적으로 안정한 라디칼 분자를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안정한 일산화질소(NO) 라디칼과 트라이아제닐(Triazenyl) 라디칼을 합성,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매우 안정한 1,2-다이카보닐(Dicarbonyl) 라디칼
앞서 소개했듯이 안정한 유기 라디칼들은 화학 반응이나 생체 내의 반응에서 중간체로 나타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연구 가치가 높다. 더 나아가 안정한 유기 라디칼은 자기공명영상(MRI) 또는 바이오이미징(Bioimaging)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00년, Gomberg 그룹의 트라이페닐메틸(Triphenylmethyl) 라디칼 발견으로 처음 지속 유기 라디칼(Persistent Organic Radical)이 보고됐고, 이후 유기 라디칼을 안정하게 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연구됐다. 그 결과 아미녹실 라디칼(Aminoxyl Radical)과 같은 안정한 유기 라디칼이 등장했다. 공기와 물에서 안정한 유기 라디칼은 스핀을 표지하거나 바이오이미징의 조영제로 사용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져 그 중요성이 더 주목받고 있다. MRI에는 가돌리늄(Gadolinium)이 들어간 조영제가 사용되는데 안정한 유기 라디칼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알려진 지속 라디칼들은 유기 환원제 또는 생물학적 환원제가 있는 조건에서 쉽게 분해되거나 산화제와 쉽게 반응하기에 조영제로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실에서는 유기 라디칼이 존재하기 어려운 다양한 조건도 안정한 새로운 유기 라디칼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실은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을 이용해 1,2-다이카보닐(Dicarbonyl) 지지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유기 라디칼 합성에 성공했다. 
1,2-다이카보닐 라디칼이 안정성을 갖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글리옥살(Glyoxal) 유도체를 도입함으로써 파이 컨쥬게이션(Pi Conjugation)을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파이 컨쥬게이션이 스핀 밀도를 분산시켜 라디칼의 안정성이 증가했다. 두 번째로 다이카보닐 부분 양쪽에 두 개의 질소 헤테로고리 카빈을 도입함으로써 라디칼을 입체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했고, 질소 헤테로고리 카빈 또한 파이 컨쥬게이션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스핀 밀도를 분산해 라디칼의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1,2-다이카보닐 라디칼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산칼륨 완충용액에서 라디칼의 농도를 자외선 및 가시광선 분광분석기로 확인했다. 7일이 지났음에도 불과 3% 미만의 라디칼이 분해될 정도로 높은 안정성을 보였다. 이는 약 4,000시간의 반감기에 해당하며 세계 최초로 생체 내에서도 안정성을 보여준 유기 라디칼이다. 말 혈청과 같이 다른 유기 라디칼들은 존재할 수 없는 혹독한 조건에서도 500분 동안 오직 2%만이 분해될 정도로 매우 높은 안정성을 자랑했다. 그 밖에 산염기 수용액, 산화제, 환원제 등에서도 매우 높은 안정성을 보였고 열에 대한 안정성 또한 높았다. 섭씨 200도의 고온에서 6시간 가열 후에도 색 변화 또는 상전이와 같은 변질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가열 전후 전자 상자기성 공명(EPR: Electron Paramagnetic Resonance) 스펙트럼이 같았다. MRI에서는 특정 조직이 잘 보이도록 환자에게 조영제를 투여한다. 현재는 조영제로 가돌리늄을 사용하지만 독성이 있어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는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본 연구실이 최초 보고한 생체 내에서 안정한 유기 라디칼을 기반으로 새로운 조영제를 만들게 된다면, 인체에 유해한 기존 가돌리늄 기반의 조영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그동안 생체 내에서 안정한 유기 라디칼이 존재하지 않아 라디칼이 다양한 기능을 가졌음에도 신약 개발 시 활용 사례가 전무했지만, 1,2-다이카보닐 라디칼을 바탕으로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에 의해 안정화된 1,2-다이카보닐 라디칼
▲질소-헤테로고리 카빈에 의해 안정화된 1,2-다이카보닐 라디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