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철부지의 대화 없는 대결
꼰대와 철부지의 대화 없는 대결
  • 박지우 기자
  • 승인 2021.09.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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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활 반경 내에서 다양한 세대와 함께 살아가며 갈등을 겪곤 한다. 세대란 특정한 정체성을 갖춘 집단으로 성급한 일반화는 조심스러우나, 비슷한 시기에 특정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며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에서 분명한 공통점을 지닌다. 그중 우리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주도권을 가진 기성세대와 젊은 층인 MZ세대 간의 갈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9년에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앞선 두 세대 간 갈등이 크다고 답했다. 
갈등의 시작점인 두 세대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성장 환경의 차이로 인해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다. 기성세대는 빈곤한 유년기와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겪었던 세대로, 공동체 정신을 중요시하며 위계질서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면 이들이 구축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 태어난 MZ세대는 금융 위기 혹은 취업난의 영향으로 개인주의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한다. 또한, 이들은 정보화 사회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한다. 당장 두 세대에게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지 묻는다면, 과거 가난했던 기억을 가진 기성세대에겐 경제적 안정을, 격한 입시 전쟁 후에도 n포 세대의 삶을 마주하고 있는 MZ세대에겐 보다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느끼는 좌절감과 가치의 결이 달라 서로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벽을 허물지 못한다면 조직 내 혼란을 찍어누르기 혹은 따돌리기와 같은 잘못된 방식으로 해결하게 된다. 갈등의 예시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비합리적인 지시가 내려지면, 기성세대는 행동에 옮기는 것을 당연하다고 보지만 젊은 세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설명을 원한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면 갈등은 얼마든지 쉽고 다양하게 발생한다.
갈등을 해결하는 첫걸음은 세대 간 차이를 직시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저항 정신이 강했던 본인들과 달리, 어릴 때부터 스펙 쌓기에 열중하다 보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란 MZ세대를 삐딱하게 볼 이유가 없다. 이들은 합리적인 이유와 설명이 충분하다면 말을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차이가 생겨난 사회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서로를 들여다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다음으로, 갈등에 대한 이성적인 논의가 오가야 한다. 세대 간 접점이 매우 부족한 현대 사회에서 몇 번의 경험만으로 특정 세대에 대한 이미지를 일반화해선 안 된다. 그리고 양분하기 좋아하는 사회에서 불필요하게 세대 간 갈등을 자극 혹은 유발하는 요인들을 경계해야 한다.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주택 문제를 세대로 나눠 문제화한다면, 관련 기사나 정치권의 발언을 접한 MZ세대는 위기감을 느끼고 특정 세대로부터 피해를 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특정 세대로의 쏠림 현상을 갈등의 결과로 삼아버리진 않는지, 미디어에서 특정 세대에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는 묘사를 하진 않는지 정보를 적절히 걸러내 받아들이는 능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세대 간 갈등이라는 이름 아래 외면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현실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고용 기회를 늘리고,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한 공유주택을 건설하는 등 세대 간 형평성이 고려된 새로운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
모든 세대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간다. 기성세대는 오랜 가치관을 현재 시점에서 재해석하고 젊은 세대를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젊은 세대는 세대 간 차이를 직시하면서 기성세대를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