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회로의 움틈
코로나 이후 사회로의 움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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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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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이래 활기차던 캠퍼스가 작년부터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일상이 너무나도 변했다. 이미 대학 강의는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선후배 간의 만남, 동아리 활동, 대학 축제, 그 외에도 대학생활의 많은 것이 코로나19의 회오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직 캠퍼스를 제대로 밟아보지 못해 대학생임을 실감하지 못하는 학번이 둘이나 된다.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에 더해 학과 선후배끼리 학업을 도와주던 활동이 온라인으로만 이뤄져 제약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비단 대학생활이 강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해나 신입생과 만날 접점이 없던 동아리는 노하우 단절을 심각히 걱정할 것이다. 대학 소식을 전하는 게시판이나 포항공대신문의 기사마저도 대부분이 바이러스의 유행과 방역, 백신 소식으로 뒤덮였다. 소위 바이러스가 삶을 지배하는 시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대유행 덕분에 캠퍼스 바깥에서도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을 여럿 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수능이 연기됐다. 식당은 문을 닫고 모임은 사라졌다. 하늘을 누비던 비행기는 땅 위에 묶여있고 하루 생활권으로 좁혀졌던 지구촌은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곳만 다니는 과거로 돌아갔다. 막상 하지 못하니 그리운 것들이 많아졌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들어가니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차이가 느껴진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 탓에 표정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만남이 계속된다. 각자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화가 차 있고 삶의 갑갑함이 늘어난 탓인지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도 피폐해지고 있다. 최근 우리대학 상담센터에서도 구성원의 마음 상태를 중히 살펴보고 있다.
과학계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념했다. 평상시라면 섣불리 시도하지 못했을 새로운 방식의 mRNA 백신을 서둘러 개발하고 제품화했다. 전 지구적인 위기상황에서 예전보다 많은 자원이 투입돼 단기간에 연구가 이뤄졌다. 오랜 임상을 거쳐 정부 승인을 받아 접종이 시작됐던 예전과 달리 조금은 빨리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출현해 인류를 위협할지 모르는 다른 바이러스에도 이와 같은 인류의 대처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또한, 바이러스를 개발할 재원과 인력, 인프라가 있는 나라와 아닌 나라의 차이를 봤다. 위기 앞에서 모두 각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제 사회의 냉혹함도 다시 확인했다. 과거에 비해 높아진 국력에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약자임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 돌아간다. 우리는 작년 바이러스 대유행의 시기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무사히 치뤄냈다. 비록 수능을 비롯한 대학 입시 일정이 연기됐지만, 큰 사고 없이 모든 대학이 입시를 마쳤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대기업은 여전히 활발한 수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직 가게 문은 열지 못하지만, 백신 접종이 조금 더 이뤄지면 다른 경제활동도 차차 정상화될 것이다. 이제 사회는 바이러스가 완전히 정복되거나 함께 하거나와 관계없이, 일상으로의 복귀를 조금씩 준비 중이다. 대학도 이번 학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강의로 시작하지만, 예전의 캠퍼스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으리라 기대한다.
조만간 인류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다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과학기술의 많은 기여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사회를 이루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 바이러스 대유행의 시대, 폭풍의 가운데에는 사람이 있었고 사회가 있었다. 과학기술보다는 다른 사회의 단면이 코로나19 덕분에 세상의 중심에 섰다. 이제 비대면 사회, 접촉 없던 생활에서 다시금 얼굴을 맞대고 부대끼는 생활로 돌아가는 건 과학기술과 사회가 함께 할 일이다.
우리는 어쩌면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세상을 이해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비록 생활 반경이 제한되거나 온라인에만 머무르는 제약이 있었지만, 대학 캠퍼스가 아닌 세상 한가운데로 들어간 시기가 아니었나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지나치게 바이러스 대유행 사태를 미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언제나 위기에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 우리도 대유행 이후 다가올 새로운 사회로 움트는 포스테키안이 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