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불붙인 여름 ‘굿즈 대전’ 개막
스타벅스가 불붙인 여름 ‘굿즈 대전’ 개막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6.2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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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파트너가 올해의 e-프리퀀시 이벤트 굿즈를 소개하고 있다(출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스타벅스 파트너가 올해의 e-프리퀀시 이벤트 굿즈를 소개하고 있다(출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난달 11일,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이벤트가 시작됐다. 글로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매년 스타벅스 회원을 대상으로 이벤트 기간 내 음료 17잔을 마시면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올해는 캠핑족을 저격한 아이스박스 ‘스타벅스 서머 데이 쿨러’와 캠핑용 랜턴 ‘스타벅스 서머 나이트 싱잉 랜턴’을 굿즈로 선보였다. 매년 진행하는 이벤트지만, 그 인기는 올해도 시들 줄 모른다. 지난달 13일 SSG닷컴에서 판매한 스타벅스 굿즈 5종은 판매 시작 1시간여 만에 매진됐다. 소비자가 몰리면서 SSG닷컴 서버는 한때 마비됐으며, 일주일 뒤 열린 2차 판매 물량 또한 30분 만에 동났다.
굿즈(Goods)는 사전적으로 일반적인 상품이나 물품을 뜻하는 ‘재화’를 의미하지만, 점차 그 의미가 변화해왔다. 아이돌 열풍이 거셌던 2000년대의 굿즈는 연예인에 관심을 두고 몰입하는 소위 ‘덕질’을 위한 상품을 의미하며, 1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브랜드 덕질’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으며 마케팅 수단으로 거듭났다. 일명 ‘굿즈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그 효과는 굉장하다. e-프리퀀시 이벤트뿐만 아니라, 텀블러, 다이어리 등을 활용해 활발한 굿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도 대비 72.6% 증가한 4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굿즈 마케팅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기업들은 저마다 개성적인 굿즈를 앞다퉈 내놓으며, 굿즈는 마케팅 수단을 넘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주류 기업 하이트진로는 ‘두꺼비 굿즈’의 인기몰이에 힘입어 캐릭터 매장인 ‘두껍상회’ 팝업 스토어(Pop-up Store)를 선보이는 등 굿즈 자체보다 브랜드의 소비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굿즈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굿즈는 한정된 기간, 한정된 수량으로 판매된다. 이같은 희소성은 사람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며, 희귀한 상품을 손에 넣었다는 쾌감을 준다. 구매자는 굿즈 자체가 주는 만족감을 넘어 취향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며, 이는 SNS를 통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편, 굿즈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패스트푸드 전문점 맥도날드가 아이돌 그룹 BTS와 협업해 세트 메뉴를 출시했다. △맥너겟 △감자튀김 △음료 △소스로 구성된 ‘더 BTS 세트’는 포장이 팬클럽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디자인됐으며, 전 세계에서 오는 30일까지 한정판으로 판매된다. 연이은 품절로 이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이베이(eBay)에서 BTS 세트의 소스와 상자, 포장지 등을 재판매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맥너겟이 담겨있던 상자와 소스 2개를 500 호주 달러(한화 약 43만 원)에, 소스 2개를 1,000 호주 달러(한화 약 86만 원)에 판매하는 이가 나타나는 등 굿즈는 중고 시장에서 웃돈까지 얹어져 거래되고 있다. 
굿즈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배보다 배꼽이 큰 거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다. 그 예로, 지난해 스타벅스에서는 한 고객이 굿즈를 받기 위해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굿즈 17개와 음료 한 잔만 갖고 떠난 사례가 논란이 됐었다. 이에 스타벅스는 올해부터 사재기 현상을 막기 위해 모바일 앱을 통해 예약해야만 굿즈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1인 1회 음료 주문 시 최대 20잔까지만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굿즈를 얻기 위해 발생하는 과잉소비 현상은 구하기 어려운 것을 빨리 얻었다는 것을 SNS로 보여주기 위한 과시 심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굿즈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더욱 차별화된 굿즈를 제작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 협업하기도 한다. 지난 2월 편의점 GS25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문구류 제조업체 모나미와 협업해 페트병 디자인을 유성 매직과 흡사하게 구현한 ‘유어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달 홈플러스는 LG생활건강과 서울우유와 협업해 서울우유 팩과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된 ‘서울우유 바디워시’를 내놨다. 하지만 홈플러스에서 이 바디워시를 서울우유 매대 옆에 진열하면서, 우유로 착각해 마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매대에서 철수한 사례도 있었다. 협업 상품은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자칫하면 치명적인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10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굿즈는 2010년대 들어 마케팅 수단으로, 이제는 어엿한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굿즈를 통해 ‘브랜드 덕질’을 하며 소소한 만족감을 얻고, SNS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런 가치 소비가 과잉 소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