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구석 여행기
나만의 방구석 여행기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1.05.18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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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이제는 밖에서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 자체가 꺼려지곤 한다. 사실 나는 진성 집순이라서,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기 싫던 일이라도 금지해 버리면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 왠지 모르게 집에 있으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폐쇄된 공간처럼 느껴지는 내 작은 방에 바깥과 이어지는 통로를 뚫어주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물리적인 통로가 아니라, 내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창문을 만든 것이다.
마치 만화 도라에몽에 나오는 ‘어디로든 문’처럼, 원하는 장소를 구글에 검색하면 실제로 가서 보는 것보다도 더 생생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관광 도시인 베네치아에서 시작해 본다면, 먼저 베네치아를 멀리서 본 풍경을 찾을 수 있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곤돌라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도 보고, 산 마르코 성당과 리알토 다리를 지나갈 수도 있다. 이렇게 이미지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관광 코스를 둘러보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MapCrunch’라는 사이트에서는 구글 맵을 기반으로 임의의 위치에서 시작해 공항을 찾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주위를 마음대로 둘러볼 수도 있고, 실내로도 들어갈 수 있어서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하는 나라를 선택할 수도 있어서, 마치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친구들과 Zoom을 이용해 얼굴을 마주 보고 떠들기도 하면서, 내 방의 통로로 여행을 할 수도,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다. 고정된 작은 방이지만, 어느새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고 친구와 이야기했던 추억의 공간이 돼 버렸다. 보통 추억은 그 장소로 가거나 물건을 발견했을 때 가장 많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방구석에서 만든 추억은 어떻게 떠올려야 할까? 평소 웹 서핑 뒤에는 분명히 많은 정보를 봤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고, 굳이 떠올릴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다. 하지만 방구석에서 여행하며 만든 추억은 보존하고 싶은 것들도 있다.
그래서 최근부터 나는 ‘방구석 여행기’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거창하게 긴 글이 아니더라도, 오늘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간단하게 적어놓는 것이다. 어떤 장소를 찾았는지 이름만 적은 적도 있고, 시간이 많을 때는 소감을 써보기도 했다. 이 여행기를 나중에 읽어보았을 때 실제 여행이 남긴 추억처럼 방구석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