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다시 생각해보는 교육의 본질
코로나 시대에 다시 생각해보는 교육의 본질
  • 김정훈/ 전자 교수
  • 승인 2021.02.28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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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1학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면 비대면 강의가 실시된 이후, 이번 2021학년도 1학기도 비대면 강의가 확정되면서 3학기 연속으로 비대면 강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비단 강의뿐만 아니라 각종 회의 및 학회들이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마주하는 현 상황에 대해 더 깊이 묵상해 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종종 가집니다.
코로나19가 우리 모두의 삶을 전반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만, 대학에서는 특히 강의의 변화가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험을 수반하는 일부 강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강의는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교실에서 대화하던 이전의 모습들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지식 공유가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고자 할 때, 개인적으로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 고민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과연 ‘교육의 본질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대답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교육이라는 것이 단순히 전공 지식을 전달하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이에 대한 사전적 의미가 ‘지식과 기술 등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이라는 것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맨 마지막의 ‘인격’이라는 단어가 교육에 내포돼 있음을 깨닫고 ‘그동안의 내 강의는 반쪽짜리였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교육의 한자도 가르칠 교(敎)에 기를 육(育)을 사용하는데, 기른다는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죠. 아무래도 공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특히 제가 전공으로 하는 제어 공학의 특성상),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만 정해진 시간에 빠르게 전달하려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전에 대면 교육을 했을 때는 인격에 대한 제 생각이나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전달 할 수 있는 기회가 은근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중간고사나 퀴즈 이후에 학생들이 채점 기준과 방식에 대해 질문을 하러 온 경우가 많았는데요. 본인의 풀이가 얼마나 논리적인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다른 학생과 비교해서 본인이 더 많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고 학생 스스로 판단해 점수를 더 올려달라는 요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학생들에게 남과의 비교가 전혀 필요하지 않고, 본인 풀이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굉장히 안타까웠던 것은, 상대평가로 본인의 가치가 결정되는 교육 과정을 거쳐서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주변 사람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 속에 아직 갇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평가 및 학점도 물론 강의에서 매우 중요한 항목이라 할 수 있지만, 강의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결국 얼마나 잘 이해하고 습득해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 계산 과정에서 얼마나 실수를 덜 하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산업 현장이나 연구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게 됐을 때는 컴퓨터가 대부분의 계산을 수행할 테니까요. 또한, 사회의 어느 집단에 속하게 되더라도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며, 주변 사람들과 협업해 공공의 목적을 이뤄 가게 됩니다. 따라서 주변 사람이 경쟁자라는 의식보다는 동업자라는 생각이 공동체를 보다 긍정적으로 이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고 싶네요.
다시 비대면 교육의 현장으로 돌아와서, 위와 같은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강의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생겼습니다. 평가 및 학점 부여를 공평하게 하는 시스템 구축에 최대한 힘을 쏟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쉽고 편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학점을 부여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단순히 남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내용 그 자체를 더 깊이 알기 위해 공부하지 않겠냐는 기대도 해보게 됐습니다. 지난 두 학기 동안 진행한 비대면 강의는 그래도 이런 기대를 크게 저버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마다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 및 장소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동영상 시청 가능 시간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각 강의 내용과 관련된 출석 과제 및 각 단원의 숙제를 부여해 각 내용에 대해 스스로 깊이 고찰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치르지 않았기에,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내용 자체를 더 깊이 공부해 볼 수 있어서 얻는 게 많았다는 학생들의 후기가 많이 들렸습니다. 물론 각 과제를 학생들끼리 공유해서 풀 수도 있겠지만, 학생을 믿고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죠. 결국, 제가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지식을 쌓아가면서 동시에 제가 가진 가치관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니까요. 적어도 제 강의에서는 더는(상대평가 속에서의)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강의 내용 자체에 대해 자유롭고 깊은 탐구가 학생들 사이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런 믿음을 지니고 이번 학기도 똑같이 준비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