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만큼 행복해지는 가족
노력하는 만큼 행복해지는 가족
  • 박지우 기자
  • 승인 2021.02.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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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강의가 진행됐던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대학 익명 커뮤니티에서 가족 간 갈등에 대한 글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한 식구로서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으니 이 기간을 소중히 누리자는 글은 많은 공감을 얻어 인기 게시물이 됐다. 글쓴이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마음가짐만으로는 갈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했다. 왜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이따금 서로에게 감정이 폭발하고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걸까. 나는 건강한 가족은 무엇이며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고자 최광현의 ‘가족의 두 얼굴’이라는 책을 읽었고, 그 내용을 짧게나마 공유하고자 한다.
심리학적으로 어린 시절은 현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쉽게 투사하고, 자라오면서 익숙해진 가족 전통으로 회귀하려고 한다. 저자는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선 ‘객관적인 직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로움을 예로 든다면, 이 감정에 함몰되지 말고 실체를 알아내 상대가 아닌 자기 내면에서 오는 감정 때문임을 설득하는 것이다. 또한, 가족과 자신을 구분하기 위해 가족 안 사각지대를 인정하고, 가족 관계 내의 지속적인 행동 패턴을 발견해야 한다. 직면하는 것 자체가 어릴 적 상처에 대한 치유가 될 수 있다. 치유는 상처를 없애는 게 아니라, 과거의 상처로 현재의 내 감정을 왜곡하거나 다치게 하는 것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갈등은 한 사람이 아닌 가족의 환경에서 기인하며 해결을 위해선 가족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핵심은 경청과 진실한 소통이다. 그 시작점이자 갈등을 푸는 열쇠는 나 자신에게 있다. 나를 사랑하는 게 먼저다. 다음으로, 홀로서기를 잘할수록 가족이 행복해진다고 한다. 강한 정서적 유대를 유지하는 우리나라 양육 문화상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족과 자신에 대한 분리와 독립은 중요하다. 그중 감정적 거리 두기가 인상 깊다. 가정은 감정의 덩어리이기에 더 감정 반사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자아 분화가 높아지면 사고와 감정이 균형을 이뤄 감정적 충돌을 제어하고 스트레스를 다른 가족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겠지만 천천히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며 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으로 건강한 가족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저자는 가정은 단순한 최후의 보루이자, 따뜻한 둥지일 뿐만 아니라 둥지를 벗어나 세상을 향해 날갯짓할 힘을 길러주는 곳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가족이니까 괜찮아’란 잘못된 믿음으로 가족에 크게 의존해왔던 과거의 내 모습을 반성한다. 여전히 건강한 가족이 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각자 넘지 않아야 할 역할을 선 그어 구분하기가 힘들고, 가족 밖의 일만으로도 벅차게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는 가족이기에, 계속해서 노력하고 서로에 대해 배우고 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