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 전자 19
박경수 / 전자 19
  • 박경수 / 전자 19
  • 승인 2021.01.0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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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떨 때 웃을까? 고등학교 때 성대모사 공연을 하고 현재 연극 동아리를 2년째 하는 내가 아직도 답을 얻지 못한 의문이다. 연극 준비는 대본을 읽고 암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배우로서 희극 대본을 숙지하다 보면 특정 장면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공연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져 사람들이 웃음을 멈출 때까지 다음 대사의 타이밍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무대 밖 현실에서도 농담이 어떨 때는 웃기고, 어떨 때는 별 효과 없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인간의 심리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개그의 경향성에 대한 분석으로 공식을 세워 사람을 빵 터뜨리긴 어렵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을 자주 겪다 보니, 평소에 직관적으로 던졌던 농담과 개그에 특별한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해졌고, 이에 관한 이론과 생각을 정리해 봤다.
먼저 웃음도 생리 현상의 일부이다 보니 신경생리학적 이론이 존재하는데, 문학 비평가 모롱(Charles Mauron)은 ‘심리 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인간이 대상의 첫인상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심리 에너지를 A, 대상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적응에 필요한 심리 에너지가 B라고 가정한다면 둘의 차이, (A-B)의 결과인 잉여 심리 에너지가 웃음으로 발산된다는 이론이다. 밤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면 순간 긴장하지만, 길고양이였다는 걸 알고 긴장이 풀어지면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을 비슷하게 겪어 봤을 것이다.
모롱의 이론도 신빙성이 있지만, 거시적·사회학적인 관점에서의 웃음은 어떨까?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웃음 담론이 대표적인데, 그는 웃음의 유발 요소를 ‘생명에 부여된 기계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계적인 것은 반복성, 필연성, 비유연성 등 사람이나 생명으로서의 자연스러움과 대비되는 특성을 말한다. 예를 들면 캐리커처, 죽음 앞에서 가발부터 찾는 대머리, 케이크의 촛불마저 끄려는 소방관의 모습 등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이런 경직된 상황들은 사회적 부적응에 해당하고 구성원들의 연대감을 떨어트리기에, 웃음이 이를 회복시키는 치료제의 역할로 사람에게 발현된다는 이론이다.
본인은 위 내용을 조사하기 전에 주로 사용하는 농담들을 생각하며 웃음 유발의 키워드 3개를 도출해 보았는데, 이는 △과장 △역설 △무의식이다. 처음 두 개는 모롱과 베르그송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과장의 경우 “난 혈액형이 B형이라 수업을 들을지 말지 10,000번씩 생각해”라는 농담에는 반복성과 필연성이라는 기계적 특성이 포함됐다고 할 수 있다. 역설은 논리적이거나 무겁게 화두를 시작한 다음에 결론을 모순되거나 가벼운 주제로 끝마치는 농담에서 떠올렸는데 이는 심리 에너지의 발산에 해당한다. 무의식은 특정 이론에 해당한다기보다는 이들을 관통하는 대전제로 웃는 사람과 웃음의 대상 모두 무의식이 자극돼야 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예를 들어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유머의 경우 웃는 사람이 의식적으로 억누르려고 해도 소용 없음을 다들 알 것이다. 또한, 웃음의 대상일 때라면(배우라고 가정하자) 행동이 웃음을 위해 의도됐음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는 무의식적인 행동’, 즉 자연스러움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웃음 유발에 대한 이론과 본인의 생각을 장황하게 적었지만, 내용이 모든 웃음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다. 위 내용은 Laughter, 웃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고 농담과 해학에서 비롯된 희극적 웃음은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과 사랑, 즐거움에서 비롯된 Smiling에도 해당하는 이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Smiling에도 적용 가능한 이론이 발견된다면 지적인 궁금증은 해결될 것이다. 그렇지만 전에 말했듯이 웃음은 무의식에서 비롯되므로 이렇게 원인을 파고들다 보면 의식적으로 예측 가능해져 일상 속에서 웃을 일이 줄어들 것 같다는 작은 걱정으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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