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합니다, 미닝아웃
나를 표현합니다, 미닝아웃
  • 백다현 기자
  • 승인 2020.11.27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올의 슬로건 패션과 마켓컬리의 종이 포장재 챌린지(출처: wmmagazine, 마켓컬리)
▲디올의 슬로건 패션과 마켓컬리의 종이 포장재 챌린지(출처: wmmagazine, 마켓컬리)

 

물건을 고르는 데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우리는 보통 가격 또는 성능을 고려하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산다. 그런데 요즘 이런 일반적인 조건 대신 새로운 기준으로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값이 더 비싸더라도 전력 소비가 적은 친환경 가전제품을 고르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인공 소재 패딩 의류를 선택하는 식이다. 이들이 새 기준으로 삼은 것은 바로 본인의 가치관이다. 자신의 신념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형태는 ‘미닝아웃(Meaning Out)’의 한 부분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나오며 다양한 분야에서 미닝아웃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가치와 신념의 표현, 미닝아웃
미닝아웃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기존의가성비를 중요시하던 소비에서 벗어나, 최근의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에는 불매운동이나 구매운동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기능, 가격보다는 해당 기업의 환경, 윤리,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해 소비하는 모습이 있었다. 미닝아웃은 여기서 나아가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으로 소비에 나서면서 과거 세대보다 사회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식의 미닝아웃
미닝아웃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 익숙한 SNS 환경에서도 미닝아웃을 볼 수 있다. 정치와 사회적 신념을 △#remember0416(세월호 추모) △#Metoo(미투 운동) △#덕분에챌린지(코로나 의료진 응원) △#blacklivesmatter(인종차별 반대) 등 SNS에 ‘#해시태그’를 활용해 타인에게 자기 생각을 공유한다. 특정 해시태그(Hashtag)를 통해 비교적 간편하게 사회 문제를 환기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일부는 정치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크게 공헌하기도 했다.
미닝아웃은 패션을 통한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치관이 담긴 슬로건을 표방한 패션 아이템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형태다. 해외 브랜드 ‘디올’에서는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라는 문구가 담긴 티셔츠를 선보여 미닝아웃 소비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유명인들이 패션을 통해 가치를 표현하면서 슬로건 패션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이 전개하는 브랜드 ‘에피그램’이 바다의 날(5월 31일)을 기념해 해양 쓰레기와 기후 변화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해양 생물을 알리는 티셔츠를 출시했다. 또한, 5월 14일 한섬이 운영하는 브랜드 ‘래트 바이 티’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어린이들의 그림을 디자인으로 활용한 티셔츠 2종을 선보였다. 제품 판매 금액은 모두 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아동들의 교육비로 기부했다. 
패션 상품 외에 다양한 제품에서 미닝아웃이 실현된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상품과 수익금 일부를 유기 동물을 위해 쓰는 SAVE US 상품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환경 보호의 가치를 담은 친환경 포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는 불필요한 과대 포장은 줄이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포장재를 종이로 변경하고 있다.

신념의 배신
미닝아웃으로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개인이 사회변화에 일조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미닝아웃 소비를 하는 가운데 이를 이용해 그 가치를 실현하는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인권과 비폭력을 지향하는 마리몬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로부터 영감을 받아 2012년 설립된 회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정의와 평화를 위해 용기를 낸 인권운동가’로 평가하고 이를 기리는 메시지를 제품 곳곳에 담았다.
하지만 마리몬드 전 대표의 부친인 연출가 윤호진(이하 윤 씨)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윤 씨가 창작 뮤지컬을 제작할 때 술자리나 이동 중 여성들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윤 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소재로 한 뮤지컬 ‘웬즈데이’까지 제작하는 등 선한 이미지였기에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또한, 마리몬드의 투자 유치를 위한 ‘미투 사건 대응 전략’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유포되면서 다시 한번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문건에는 ‘미투 이슈 이후 떠난 고객군’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고객군을 지목하며 ‘가치에 공감하기보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마리몬드를 소비’한다고 설명해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샀다. 
한편, 미닝아웃이 과도하게 행해질 경우 그 본질이 변하는 문제가 있다. 미닝아웃은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누군가를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과도한 비판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위협하기도 한다.

미닝아웃은 자신의 신념을 숨기지 않고 사회 바깥으로 당당하게 드러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닝아웃을 ‘자신감의 발로’라는 긍정적이고 흥미로운 현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또한, 미닝아웃을 통해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사회적 여론을 환기할 수 있다. 나아가 일회적인 소비 행동으로 그치기보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도 변화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는 미닝아웃이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