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폼 팩터의 끝판왕: 연신성 전자 소자
새로운 폼 팩터의 끝판왕: 연신성 전자 소자
  • 정운룡 / 신소재공학과 교수
  • 승인 2020.11.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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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성 회로 기판 플랫폼의 구성
▲연신성 회로 기판 플랫폼의 구성

 

전자 소자: 새로운 폼 팩터(Form Factor)의 필요
최근 휴대폰과 TV로 대표되는 전자 소자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국내 전자 회사들을 필두로 △폴더블(Foldable) △롤러블(Rollable) △익스텐더블(Extendable) 디스플레이와 같은 이른바 새로운 폼 팩터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생 때부터 누누이 들어왔던, 종이처럼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이제야 현실화가 되려나 보다. 딱딱한 프레임에 구성된 전통적인 전자 기기로는 하드웨어 제작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차별성이 줄어들어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힘들고 기업의 영업 이익 또한 줄어들고 있는 것이 새로운 폼 팩터의 시도가 이뤄지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휴대폰과 TV 등의 전자 소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직면함에 따라, 하드웨어의 형태를 바꿔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전자 회사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몇 년간 많은 기업이 차별적인 폼 팩터 전자 기기를 출시하면서 기술의 표준화와 패권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연구자들과 기업들이 이 새로운 경쟁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새로운 폼 팩터 경쟁이 막 시작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폼 팩터가 출현할 것인가? 현재 전자 소자의 메가 트렌드(Mega Trend)는 △소형화 △지능화 △다기능화 △착용성의 극대화로 대표된다. 마이크로칩 설계 기술과 뉴로모픽 반도체 제조기술 및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은 전자 소자의 소형화와 지능화를 이끌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헬스케어 센서 기술의 발전은 전자 소자의 기능성을 확대하고 전자 기기와 인간 사이의 거리를 좁혀 착용하거나 삽입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지능이 있는 초소형 단위 소자의 개발이 다기능 착용형 전자 기기의 기본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 전자 기기의 폼 팩터는 착용성과 편리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상한다. 사용자들은 큰 디스플레이를 선호하나 소자는 작아서 휴대가 편리하기를 (혹은 휴대할 필요가 없기를) 바라고, 종이처럼 얇고 접을 수 있지만 접힌 표시가 나지 않기를 원하며, 부드러워서 피부에 붙여도 착용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소자는 큰 힘이 가해져도 망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미래의 폼 팩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자 소자에서 금기시되거나 소재의 한계로 인식되던 영역을 넘어서서, 새로운 소재의 개념을 제시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반도체의 결정이 잘 정렬되고 결함이 최소화된 단결정으로 만들어야 좋은 전기적 특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다. 그러나 높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정질이면서도 뛰어난 전기적인 특성을 갖는 반도체가 요구된다. 이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이론과 실험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다양한 소재에서 혁신적인 개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달성이 어렵다는 의미이자 연구하는 재미와 희열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드웨어도 플랫폼 시대: 형태 변형이 가능한 플랫폼의 필요성
인터넷 플랫폼이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플랫폼에 접속해 기사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플랫폼을 통해 인터넷 쇼핑을 하며 음식을 주문하고, 인공지능 플랫폼이 끊임없이 전달하는 맞춤형 광고와 기사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최근에 큰 이슈인 반면, 하드웨어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본 프레임’을 지칭하는 의미로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컴퓨터 보드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는데, 전기 구동 기기들은 좋은 플랫폼 위에 기능성 부품을 탑재해 생산 효율성을 확보해 왔다. 최근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완성차 업체에 제공하는 회사들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고부가가치 기술 산업으로서 하드웨어 플랫폼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특정 산업 분야의 발전 초창기에는 기술의 표준화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높은 플랫폼의 개발은 해당 연구 분야가 활성화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표준화를 선도해 산업적으로 큰 영향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미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형태 변형 가능 전자 소자에서는 현재 연구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형태 변형이 가능한 회로 기판(Circuit board)을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늘어날 수 있는 회로 기판의 제조 자체가 고난도의 기술이다 보니, 정작 본인의 연구보다는 회로 기판 기술에 더 큰 노력을 쏟는 불합리성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사용 확장성이 뛰어난 형태 변형이 가능한 회로 기판 플랫폼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형태 변형이 가능한 회로 기판 플랫폼은 배터리와 같은 충전형 에너지 공급 장치를 포함해 배선, 디스플레이, 센서 등 많은 소재 및 부품에서 높은 연신성을 요구하며, 연신성의 확보가 어려우면 기계적인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초소형화가 필요하다. 편리성과 착용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무선 기능이 기본이다. 즉, 가장 효율적인 플랫폼의 형태는 연신성 배터리 위에 구동 마이크로칩을 탑재한 후 센서와 디스플레이 등을 위한 연신성 회로를 그림으로써 다른 전원공급 장치나 전선 연결 없이 독립적인 소자 구동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골무 형태의 배터리 위에 연신성 회로와 구동 칩이 집적화된 플랫폼에 촉각 센서를 탑재해 로봇을 위한 범용 전자 피부를 제조할 수 있다. 문어의 몸통처럼 배터리가 만들어지고 상부에 회로가 구성돼 있다면 큰 파워를 내는 소프트 문어 로봇의 제조가 가능할 것이다. 3차원 프린팅의 발전은 기존의 2차원 플랫폼을 무정형의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불가능했던 새로운 모양과 구조, 폼 팩터를 갖는 전자 기기의 구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형태 변형이 가능한 소자의 미래는?
형태 변형이 가능한 전자 기기는 △헬스케어 센서 △햅틱 소자 △의료용 보철 기기 △로봇용 전자 피부 △신축성 디스플레이 △인공 전자 피부 △생체 내 이식형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거나 앞으로 높은 활용이 기대된다. 최근 잡아당겨도 망가지지 않는 트랜지스터의 개발이나, 피부의 촉각 기능을 모사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 형태 변형이 가능한 배터리의 개발 등에 힘입어 인간과 기계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의 활성화로, 카메라를 이용해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로봇에서 벗어나 촉각 인지가 가능한 로봇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형태 변형이 가능한 전자 기기가 빠르게 산업화되고 있다.

▲연신성 전자 소자의 활용
▲연신성 전자 소자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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