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비문화, 구독경제
새로운 소비문화, 구독경제
  • 백다현 기자
  • 승인 2020.09.0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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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구독 서비스 ‘기아플렉스’를 이용하는 모습(출처: 기아자동차)

 

신문을 보기 위해 월 구독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기간마다 일정 비용을 내고 무제한으로 콘텐츠 이용이 가능한 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유행한다. 이렇게 일정 구독료를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구독경제’라고 한다. 처음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나 영상 콘텐츠 산업의 주요 모델로 부상했으나, 최근에는 식품과 가전제품, 차량으로까지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내림세 공유경제, 상승세 구독경제
최근 몇 년간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모델은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란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는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모델이다. 공유경제와 구독경제 시장에서 소비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대여해 소유권을 갖고 경험한다. ‘산 만큼’ 대가를 내는 것보다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소비의 변화다. 하지만 두 비즈니스 모델은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에 있어 전망이 다르다. 
공유경제 속 소비자는 중개플랫폼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 보유자와 거래하고 일정 기간 구매 서비스와 물품을 경험한다. 이런 구조의 경우 중개플랫폼이 사업 구조의 핵심이 돼 점점 높은 중개 수수료를 받아 도리어 제품 및 서비스 생산자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더불어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생산 업계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구독경제의 소비자는 제품 및 서비스를 구독방식으로 구매해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한다. 기업은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에게 효율적 가격으로 경험을 유도하고 제품의 지속적인 사용을 끌어내기 위해 소비자 개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기업의 이런 노력에 소비자는 구매할 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구독경제 모델은 생산자가 주도적으로 판매방식을 변화한 것이기 때문에 중개플랫폼과의 마찰 없이 기존 산업의 발전 모델로 전개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배경까지 더해져 대면 소비를 뜻하는 ‘콘택트 소비’의 대표였던 공유경제는 주춤거리고 비대면 소비인 ‘언택트 소비’ 구독경제가 활발해지며 구독경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관심받고 있다.

영역 넓혀가는 구독경제
구독 서비스에는 △무제한 이용형 △대여형 △정기배송형 구독이 있다. 무제한 이용형은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예시로, 구독료를 내면 일정 기간에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여형은 정해진 시간 동안 상품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월 구독료로 고급 자동차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아플렉스’와 ‘현대셀렉션’이 대표적이다. 정기배송형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형태이며, 최근 이용률이 크게 상승한 서비스 형태다. 정기배송형 서비스는 의식주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식음료 부분에서 롯데제과는 한 달에 9,900원으로 신제품을 포함해 1만 원 이상의 과자 묶음을 제공하는 ‘월간과자’를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차 브랜드 오설록의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을 지난해 12월 선보였다. 매월 가장 마시기 좋은 차와 함께 찻그릇과 소품을 보내준다. 식음료에서 나아가 매달 깨끗한 침구 세트로 바꿔주거나 수건을 살균 처리해 일주일에 한 번씩 배송해주는 서비스, 1인 가구 등을 겨냥한 세탁 구독 서비스와 생필품 구독 서비스도 인기다. 정기배송 서비스는 문화생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미술 작품을 구독해 원작 가격의 1~3%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대여해주는 오픈갤러리도 등장했다. 다양한 항목의 구독 서비스가 출시되고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한 신생 기업만 300여 곳에 이르는 등 구독경제 시장이 커지면서 구독 관련 매출이 일정 비율 이상인 기업이나 구독 비즈니스로의 전환이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나왔다.

구독경제 전망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출현으로 세계 시장에서 구독경제 규모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세계 구독경제의 규모는 2000년 약 265조 원에서 2015년 518조 원으로 2배가량 성장했다. 올해엔 646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저성장 기조 △기간제 근로의 확산 △혼인율 감소 △1인 가구의 증가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 등이 더해져 시장 확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디지털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고 ‘소유’가 아닌 ‘사용’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계는 구독 서비스가 모든 산업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2023년에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트너는 “현재 70% 이상의 기업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미래산업팀도 “산업별로 속도는 다르지만, 구독 서비스 모델이 전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독경제 시장의 활성화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에 의해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고 있는 현상으로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을 소비자로 전환해 소비자는 개인 맞춤형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또한, 구독 서비스는 AI와 소비자 빅데이터의 이용으로 더욱 고도화돼 비즈니스 세계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은 앞으로 IT업계와 산업계 전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