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을 둘러싼 논란, 그 과정을 살펴보다
수돗물을 둘러싼 논란, 그 과정을 살펴보다
  • 손주현 기자
  • 승인 2020.09.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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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에서 수도관을 통해 유입된 유충이 가정용 수돗물 필터에서 발견되는 모습(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또다시 수돗물의 수질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달 9일부터 인천 서구 일대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발견된다는 신고가 지속해서 접수된 것이다. 지난달 14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첫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9일부터 13일까지 유사한 민원이 이어졌다. 지난 7일을 기준으로 인천에서는 총 257건의 유충 발견 신고가 접수됐으며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일부 지역이 지난 붉은 수돗물 사태의 피해 지역과 유사하기에 주민들의 피해와 고통이 더 심각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
지난해 5월 30일을 기점으로 인천시 서구 검암, 백석, 당하동 지역의 각 가정집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지역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평택시 △경북 포항시 일부 지역 등으로 다양했다. 이로 인해, 각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음식점 등에서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피해 보상 및 관련 예산 집행에 투입됐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은 매뉴얼을 무시한 무리한 행정과 초동 대처의 미흡이라고 밝혀졌다. 정수장에서 가정으로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꾸는 과정을 수계 전환이라고 한다. 전기 점검으로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장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추자 인근 수산, 남동정수장의 물을 수계 전환 방식으로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녹물이 발생했다. 수계 전환 작업을 할 때는 녹물이나 이물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제수 밸브를 서서히 작동할 필요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하면 유속의 변화에 따라 수압이 강해져 관로 내부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지게 돼 녹물이나 이물질이 수돗물에 섞일 수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해당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밸브 조작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경찰 수사에서는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이 수계 전환 과정에서 정수장의 탁도를 측정하는 탁도계를 임의로 끈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인천시는 사태 책임을 물어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 해제했고 지역 주민들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 등을 직무유기, 수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 고발했다.

수돗물 유충 사태
한편, 지난달부터 인천 서구를 비롯해 인천 북부 일대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살아있는 유충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인천 서구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39곳에 대해 급식이 중단되기도 하는 등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또한, 유충으로 인해 정수장을 청소하고 수도관의 물을 다량 방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붉은 수돗물이 가정에서 나오는 현상도 발생했다.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 정밀 조사단’의 중간조사 발표에 따르면,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의 주요 원인은 부실한 정수장 관리로 파악됐다. 최초로 유충이 발견된 인천 공촌정수장 활성탄 흡착지를 분석한 결과, 흡착지 내부로 유충들이 유입할 수 있었다. 정수장 건물에 방충망이 있지만, 환기 시설 가동이 중단될 때나 창문을 여닫을 때 외부로부터 깔따구 성충이 침입 가능했다. 또한, 활성탄지 상층부를 밀폐하지 않아 깔따구 성충이 물웅덩이를 산란처로 이용할 수 있었고 활성탄지 세척 주기가 깔따구의 유충 발생을 막을 수 있도록 자주 이뤄지지 못했다. 다행히, 인천시의 추가 설비 보강 및 청소 강화로 인해 지난달 28일부터는 가정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수돗물 유충 재발 방지를 위해 고도정수처리시설 밀폐와 오존 공정 설치는 물론 수돗물 생산에 식품경영안전시스템을 도입해 위생관리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환경부의 종합대책을 반영해 깨끗하고 안전한 물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수돗물 오염, 대처 및 해결 방안은?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수돗물 악취 사건 등 우리나라에서 물과 관련된 오염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물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물의 오염과 관련된 문제는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개선돼야 한다. 기존에 설치된 상수관의 경우 점점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부식이나 누수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붉은 수돗물 사태의 경우 근본적인 원인은 수도관에 붙어있는 녹물이나 이물질이 수압 등에 의해 수돗물로 나온 것이다. 결국, 수도관의 노후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부의 ‘2017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국내에 설치된 총 수도관 중 21년 이상 지난 노후관은 67,676㎞로 전체의 32.4%를 차지한다. 수도관 중 설치된 지 30년이 지나 내구연한이 지난 노후관도 전국에 14%나 된다. 잇따른 수돗물 수질 문제들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노후관을 교체하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재정 여건이 열악한 농촌의 경우 노후관 교체에 드는 비용 부담이 크다. 고로, 재정 여건에 따라 국비를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노후관을 교체하는 작업 외에도 체계적인 상수도 관로 조사, 전문 인력과 예산 투입 등 전 국민을 위한 물 복지 차원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