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모사 에너지 소재 개발: 나뭇잎 모사 물 분해 나노촉매
자연모사 에너지 소재 개발: 나뭇잎 모사 물 분해 나노촉매
  • 용기중 / 화공 교수, 김도경 / 화공 통합
  • 승인 2020.09.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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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a. 본 연구에서 모방한 외떡잎 구조, b. 나노 잎 구조의 촉매 구조 및 역할 모식도, c, d. 나노 와이어 구조 위에 LDH를 증착한 나노 잎 촉매 합성 과정
▲그림 a. 본 연구에서 모방한 외떡잎 구조, b. 나노 잎 구조의 촉매 구조 및 역할 모식도, c, d. 나노 와이어 구조 위에 LDH를 증착한 나노 잎 촉매 합성 과정

 

참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
올 한해가 유난히 혹독하다. 전염병이 기승을 부린 데다 기나긴 장마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끊임없는 재난을 겪다 보니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가 질문하게 된다. 결국은 우리가 저지른 환경오염에 대한 지구의 자생적 반격이 아닐까? 그래도 희망적인 사실은 이 같은 지구의 오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점점 많은 국가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그 일환으로 수소 경제 구축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수소는 연소 시 오염물질 배출이 없어 친환경 에너지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수소는 어디서 오는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CO2 발생을 동반하는 수증기 개질법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해 친환경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수소가 사실은 CO2와 함께 생산되고 있다니,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진짜 친환경 수소 생산방법은 없을까? 대표적인 예로, 수전해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수전해란 전해질에 전압을 가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반응을 말한다. 수전해는 그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 덕분에 미래에 가장 촉망받는 수소 생산방법으로 고려되고 있다.

수전해가 넘어야 할 벽, 산소 발생의 활성화 에너지
우리는 식당에서 식사할 때 그에 맞는 음식값을 내야 한다. 그리고 서구권에서는 종업원에게 추가로 팁을 지출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와 같은 경우, 만일 누군가 식당에서 돈을 절약하고 싶다면 정해진 음식값을 깎을 수는 없으니 최대한 팁을 덜 내려 할 것이다. 이런 원리는 수전해에도 적용된다.
수전해는 과학적으로 봤을 때 비자발적 반응이다.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얻으려면 전해질에 1.23V 이상의 전압을 가해서 산소가 생성되는 OER(Oxygen Evolution Reaction)과 수소가 생성되는 HER(Hydrogen Evolution Reaction)을 함께 일으켜야 한다. 이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음식값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런데 HER과 OER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열역학적 에너지 차이(음식값에 해당하는 1.23V)뿐만 아니라 활성화 에너지도 필요하다. 마치 식당에서 음식값에 더해 팁을 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두 반응 중 OER은 4개의 전자가 관여하는 복잡한 반응으로 HER보다 훨씬 높은 활성화 에너지가 요구된다.
따라서 수전해를 통해 작은 전압으로 많은 수소를 얻기 위해선 OER의 활성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필수라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수많은 연구자가 어떻게 하면 OER의 활성화 에너지를 최대한 낮출 수 있을까 고민해왔고, 그 결과 현재까지 다양한 화학적 조성과 물리적 형태를 가진 OER 촉매가 개발되고 있다.

좋은 OER 촉매를 만드는 법
높은 효율의 OER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OER의 반응 메커니즘 연구가 시작됐다. 그러나 OER은 4개의 전자와 산소가 관여하며 반응 중 다양한 중간생성물이 존재해 현재까지도 정확한 반응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해질의 OH- 이온이 촉매 표면에 흡착해 M-OH 중간체가 형성되면, 이 중간체가 일련의 산화 과정을 거쳐 산소 기체로 탈착되며 반응이 종료된다. 쉽게 말해 OER이란 O*, OH*, OOH* 등의 중간생성물이 촉매 표면에 붙었다 떨어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언급한 여러 중간생성물과 촉매 간의 결합 에너지 특성이 OER의 활성화 에너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촉매 표면과 중간생성물의 결합 에너지와 해당 촉매의 OER 활성도를 그래프로 나타낸 Volcano Plot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OER 촉매는 중간생성물에 대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결합 에너지를 가진다. 마치 최상급의 벨크로 테이프는 너무 세게 붙거나 잘 떨어지기보단 적당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OER 촉매 연구자들은 벨크로 테이프 개발자의 심정으로 가장 적합한 결합 에너지를 가지는 촉매의 화학조성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 집중했다.
그러던 중, 기술이 점차 진보하며 나노 시대가 도래했다. 나노물질은 압도적인 표면적을 무기로 다양한 화학반응에서 기존 물질보다 몇 단계 향상된 활성을 보인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나노물질 합성법이 개발됐고 이를 여러 화학반응의 촉매로 응용하는 연구들이 진행됐다. 본 연구진 또한 그 선두그룹 중 하나로 ZnO, TiO2, WO3 등 다양한 산화물을 나노와이어, 나노시트, 나노닷 등의 나노물질 형태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수전해 촉매 △광촉매 △광전기 화학 전극 △초발수 표면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해오고 있다.
그러나 점차 기술 수준이 발전하면서 최적의 결합 에너지를 보이는 화학조성을 찾거나 나노물질의 합성을 통해 표면적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OER 촉매의 성능을 더욱 향상하기 힘들어졌다. 더 높은 효율의 촉매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자연에서 그 답을 찾다, 자연잎 모사 OER 촉매
OER 촉매의 개발을 위한 새로운 관점을 고심하던 중, 본 연구팀은 자연의 잎에서 힌트를 얻어 OER의 활성을 대폭 높이는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그림과 같이 구조적으로 잎의 잎맥을 모방한 CuO 나노와이어 위에 잎몸 모양의 초박형 NiCo LDH(Layered Double Hydroxide)  나노시트를 성장시킴으로써 최초로 나노 잎 구조의 촉매를 합성했다. 
자연의 나뭇잎과 본 연구팀이 합성한 CuO-NiCo LDH OER 나노 잎은 그 구조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기능적 유사성도 가진다. 자연의 잎몸을 닮은 NiCo LDH 나노시트는 높은 활성 표면적을 통해 OER을 활발히 수행하고 자연의 잎맥을 닮은 CuO 나노와이어는 NiCo LDH의 지지대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높은 전기 전도도를 기반으로 OER에 필요한 전하를 제공한다. 이는 마치 잎몸이 넓은 면적을 토대로 높은 효율의 광합성을 진행하고 잎맥은 잎몸을 지탱함과 동시에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한 물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자연을 모사한 독특한 계층구조는 각 파트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기존보다 9.3배 향상된 촉매 효율을 나타낸다. 더불어 오랜 OER 후에도 높은 안정성과 유연성을 가져 실제 산업에서 다양한 방면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자연모사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한층 진일보된 촉매를 개발한 점을 인정받아 촉매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에 게재됐다.

OER 촉매 개발 전망과 앞으로의 도전과제
그간 수소 생산에 있어 수전해는 수증기 개질법에 비해 낮은 효율과 고비용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점차 부각됨에 따라 진정한 친환경 수소 생산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수전해야말로 궁극적인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높은 효율의 수전해를 위해서는 구성요소 중 가장 높은 활성화 에너지를 요구하는 OER에 대한 고효율 촉매 개발을 지속해야 하며 추후에는 효율 이외에도 반응 메커니즘, 높은 안정성 또는 전해질과 효율의 상관관계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생명체는 오랫동안 진화를 거치며 늘 해답을 찾아왔다. 어떤 종은 적응하지 못해 도태됐고, 어떤 종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인류는 지금까지 가장 고등한 생물로 지구에 군림해왔지만, 현재는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도태될 위기에 처했다. 살아남기 위해선 새로운 해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혹시 우리가 찾는 답이 자연 속에 있을지도 모르니 때로는 모니터에서 눈을 돌려 숲과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