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방역, 포기할 수 없는 두 과제
교육과 방역, 포기할 수 없는 두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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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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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의 확산으로 지난 학기 우리대학은 교육과 연구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새 학기가 돼도 코로나19의 확산은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재유행할 조짐을 보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감염병에 대해 방역을 하며 대학의 연구 및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개학일시가 수시로 조정되는가 하면 설사 어렵게 대면 교육을 한다 해도 강의실의 밀집도를 크게 줄여야만 그나마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우리대학에서도 2학기에 대면 수업이 필요한 실험실습 과목에 대한 특별 운영 계획을 세웠다가 이를 다시 취소하고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살펴봐도 과학기술 문명권은 항상 질병 문화권과 서로 중첩되며 성장했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통해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경험하며 사회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지만, 질병의 확산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물론 과학기술은 이런 질병에 대응하는 가능한 방법을 찾아냈고 근대적인 질병 관리 체계도 정착됐다. 
지난 200년 동안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인류가 질병을 정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독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광우병(변형 CJD),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신종 플루,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19 등 새로운 질병이 계속 등장하면서 인류가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게 됐다.
현대에 들어와서 자동차와 비행기의 등장에 힘입어 수송 혁명을 가져왔고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생활권이 돼 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지구의 모든 지역이 질병을 빠른 시간에 교환하는 시대도 됐다.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올 것이며, 과학기술의 연구 방식과 연구실 문화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창의적 연구개발을 진작시키기 위해 실제로 접하고 만져보는 체험 학습이 강조됐다. 또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시키기 위해 서로 다른 경험을 지닌 다양한 집단들이 상호 작용을 하는 학습 문화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기존의 소통 문화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방역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창의성을 촉발할 수 있는 온라인 체험 학습, 방구석 과학 활동 등 새로운 교육 방식이 광범위하게 모색되고 있다.
질병이 과학기술 문명을 파괴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 세계의 도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혁신도 가져다줬다. 과거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자 필경사에 의존하던 서적 출판에 위기가 닥쳤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혁명과 같은 기술 혁신이 등장했다. 또한 여행에 대한 공포가 커지자 유럽 도처에서는 수많은 지역 대학들이 설립됐다. 이에 따라 학문의 지방화가 촉진됐고 종교개혁과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근대과학이 출현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감염병에 의한 통제와 이동 제한은 경제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지만, 고립이 학습과 연구에 도움을 준 경우도 있었다. 뉴턴과 갈릴레오는 흑사병에 의해 도시가 봉쇄됐을 때 자신들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창의적인 생각은 사람들이 직접 대면해 자기 생각을 서로 교환할 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어렴풋이 떠오른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에는 적절한 고립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한 가지에 깊이 몰두하는 것은 새로운 사상을 창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이러스가 지구에 나타난 지 수십억 년이 됐고,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길게 잡아도 1천만 년에 불과하다. 바이러스와 인류는 서로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 같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통제되는 날이 오더라도 새로운 감염병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결국 과학기술 문명권은 질병 문화권과 공존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감염병을 통제하면서도 새로운 교육 방식을 창출해야 한다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