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축제가 기다려지게 만들려면
[지곡골목소리] 축제가 기다려지게 만들려면
  • 심상규 / 전자 박사과정
  • 승인 200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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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게, 그때 그곳에서, 언제나처럼.” 처음 보았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인상적이었던 이 공고는 축제 공고였다. “기다릴게. 집에 가지마.” 공고들에 무관심한 대학원생들의 눈과 호기심까지 끌었을 정도로 성공적인 공고였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한 축제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이 학교는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듯 학생 수로 보자면 작은 학교다. 그러니, 축제가 아니라 무슨 행사를 하여도 여느 학교들에 비해 참여 인원이 적은 것이 그럴 수 밖에 없구나 하고 쉽게 수긍할 수도 있다. 봄과 가을이면 축제다, 학술제다 하며 해마다 이어지는 것을 10년간 보아왔다. 낮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는 것이 어려운 학교지만, 축제 기간 동안에는 더욱 사람을 찾아 보기가 어려워진다. 혹자의 말을 빌리자면, 밤에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낮에는 수업도 없는 한가로움 속에 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다른 학교에서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들이 포항공대의 축제를 보며 주점말고 다른 것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곤 한다. 분명히 그 사람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소리다. 주점외에도 이런 저런 행사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행사장을 보면 주최하고 마련한 사람들과 그 가까운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고, 호기심을 갖고 찾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발길 돌리는 장면을 볼 때도 많다. 이 학교의 축제는 왜 재미없고 볼 것이 없는 것이라 낙인 찍혔을까? 참여가 적은 것은 물론 큰 문제다. 그러나, 저조한 참여율만 탓한다면 이 문제를 아주 영원히 극복하지 못하게 된다. 세계에는 거대한 규모로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축제들이 있다. 이 축제들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그룹의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비록 지금은 적은 참여만으로 시작하는 것일지라도 언젠가는 전 대학생들, 더 나아가서는 많은 대학원생들과 교직원들까지 스스로를 위해 즐기며 축제 기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그러한 축제로의 발전을 꿈꿀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어떻게 시작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그 답을 적기에 이 지면은 좁고 필자의 식견은 짧다. 다만, 몇 십 년간의 답습을 작은 학교에서 모방하기 보다는 모든 학생들, 이 공간에 몸담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꿈꾸고 만들자고 의기 투합하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