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교수님이 ‘끝’ 할 때까지
[지곡골 목소리] 교수님이 ‘끝’ 할 때까지
  • 김 솔 / 화학 97
  • 승인 200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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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공수업. 수업 종료시간이 5분이 지났는데도 끝나지 않고 있다. 교수님께서는 한 주의 마지막 수업에 아쉬움이 남으시는 듯 조금만, 조금만 하시면서 지금 배우고 있는 챕터를 끝내실 모양이다. 그러나 한 명도 교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있는 학생은 없다. 수업이 벌써 끝난 양, 금요일 오후와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왁자지껄 떠드는 학생들도 있고, 교수님께는 귀만 열어놓은 채 열심히 책가방을 싸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다가 “다음 시간에 봅시다.”교수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작 빠른 몇몇은 문을 열고 나가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가방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교수님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학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많은 수업에서 교수님들께서는 학생들에게 경어를 사용하신다. 나는 그것이 교수님들께서 지키고 있는 학생들과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학생 한사람 한사람과의 대화가 아닌,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그것은 비단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어느 집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미덕이다. 또한 학생들의 빗나간 질문이나 엉뚱한 행동까지도 교수님들께서는 진지하게 받아주신다. 그것이 ‘교수’라는 자리에 대한 본분이고 책임이 아닐까?

스스로를 뒤돌아 보자. 교수님께 대한, 같이 수강하는 학생들에 대한 예의를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만약 생활비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과외시간에, 배우는 학생이 시간 다 되었다면서 말하는 도중에 책 덮고 나가버렸다고 하자. 공부보다 ‘인간 되기’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차피 수업시간에 전화가 와도 받을 생각이 없다면, 시작하기 전에 꺼 놓는 것이다. 전화기로 시각을 확인해야 한다면, 자동응답으로 해 놓는 것이다. 교수님께서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혹시 교수님께서 나를 이쁘게 보셔서 학점을 잘 주실수도 있으니까. 질문은 상황에 따라 간단하게 한 두 개 정도로 끝내고 나중에 개인적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수업시간은 정해져 있고, 교수님은 나만의 교수님이 아니니까. 수업시간이 지났고, 밥도 먹어야 하고, 다음 수업도 바쁘고, 그 전에 만나야 할 사람도 있지만 교수님께서 ‘다음시간에 봐요’라는 말을 하실 때까지는 펜을 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라고.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지킬 수 있는 교수님께 대한, 또한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