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회가 낳은 괴물, n번방
디지털 사회가 낳은 괴물, n번방
  • 김영현 기자
  • 승인 2020.07.06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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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방지 관련 법 개정(출처: 연합뉴스)
▲n번방 방지 관련 법 개정(출처: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한겨레신문의 단독 보도로 ‘n번방’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n번방 사건’은 2018년 하반기부터 1~8번까지 이름이 붙여진 8개의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물을 강요하고 이를 유포 및 거래한 사건이다. 2019년 2월부터 같은 방식으로 텔레그램에서 운영된 ‘박사방’ 또한 이 사건에 포함되며 텔레그램에 기반을 둔 다른 성 착취방들도 현재 포괄적으로 ‘n번방 사건’이라고 지칭한다.
이들의 범죄 방식은 치밀했다. 일단 텔레그램 성 착취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 번의 인증 절차 과정을 거치게 했고 성 착취물을 거래할 때는 거래 내용을 남기지 않기 위해 문화상품권이나 비트코인 등을 이용했다. 텔레그램의 익명성과 보안성을 믿고 범죄행각을 벌이던 이들은 점점 그 규모가 비대해지고 비슷한 파생 방들이 생겨남에 따라 결국 언론에 꼬리를 잡혔다.
처음 n번방 사건이 보도된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었다. 하지만 n번방 사건이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청원은 20만 명을 달성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이후 지난 1월 2일에 n번방 사건의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20만 명 이상의 청원 참여자를 이끌어 답변이 등록됐다. 그리고 지난 3월 16일에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무려 221만 명의 동의를 얻었고 n번방 사건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됐다. 이후 경찰은 수사를 통해 관련 주동자들을 체포했고 결국 이런 성 착취방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n번방을 만든 닉네임 ‘갓갓’ 문형욱이 체포됐다.
현재 성 착취방을 이용한 유료회원 수는 최소 1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돈을 내고 입장한 회원들에 대한 추정치이기 때문에 실제 성 착취방에 참여한 사람의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n번방 사건의 내용이 악질적이고, 많은 사람이 연루돼 있는 사실이 밝혀지며 국민들의 분노는 더 거세졌다. 이에 사람들은 n번방 관리자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에 대한 신상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법률상에서는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신상 공개와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경우는 적절한 처벌이 불가능하다. 다만 유료 회원들의 경우 돈을 제공해 범죄를 도와줬다는 것이 인정되면 방조범으로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는 성 착취방 재발 방지를 위해서 일명 ‘n번방 방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 범죄물 삭제 등 유통방지 조치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할 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의 인터넷 사업자들은 사적 대화방에 대한 검열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해당 법안에서 언급하는 책임에 대한 적절한 논의가 본 업계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며 반대 뜻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지난 4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 지난달 21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인터넷 플랫폼에서 유통되고 있는 디지털 성 범죄물만을 찾아내는 기술적 조치를 의미하는 법안으로 사적 대화방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는 태도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n번방 방지법이 실효성이 없는 그저 국민의 공분을 누그러뜨리려 만들어진 허술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n번방 방지법이 해외사업자에 대해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텔레그램 등 문제가 발생했던 플랫폼들은 모두 해외사업자였기 때문에 이들을 제한하지 못한다면 이전과 달라질 게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방통위의 사적검열에 대한 입장과는 달리 인터넷 사업자들은 실제 검열을 하지 않고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모든 성 범죄물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현재 성 범죄물을 제대로 필터링할 수 있는 기술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와 인터넷 사업자들 간의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n번방 사건의 회원, 관리자들에서 10대, 20대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온라인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위험에 맞닥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엄격한 법 제정과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분노가 매우 거센 만큼 관련 범죄자 처벌에 대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만한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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