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 서울대서도 시행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 서울대서도 시행
  • 문병필 기자
  • 승인 2020.07.06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와 국방부, ‘군 복무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 체결(출처: 국방부)
▲서울대와 국방부, ‘군 복무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 체결(출처: 국방부)

 

지난 1월 29일,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와 국방부가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재학 중에 군에 입대한 서울대생들이 복무 기간 중 학교에서 사회봉사 경험으로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학점을 쌓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군 복무 중인 학생들은 군 복무 경험과 원격강좌를 통해 12~15학점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이번 협약은 20대 청년 장병들의 국가를 위한 헌신과 봉사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는 차원에서 의미를 가진다, 더 많은 대학이 제도에 함께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 제도, 시행은 어떻게?
본 제도는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군 복무 중 얻게 된 사회봉사나 리더십 같은 덕목을 실질적인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군 당국은 2018년에 △강원도립대 △건양대 △경기과학기술대 △경인교육대 △구미대 △극동대 △대구보건대 △대덕대 △대전대 △상지영서대 △인하공업전문대 △전남과학대와 협약을 맺은 뒤로 작년부터 본격적인 학점인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군 당국은 현재 12개 대학과 추가로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서울대와의 협약을 계기로 24개 대학으로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군 복무 경험 보상 제도의 역사
1961년 처음 도입된 군 가산점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됐다. 여성과 장애인 등에 대해 평등권과 공무 담당권을 침해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국방부가 여러 차례 재도입을 추진했지만 논란만 양산한 뒤 실행되지 못했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도 군 가산점제에 관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면서 폐기됐다. 당시 법안은 군필자만 합격자의 20% 내에서 과목별 득점의 2∼3%에 달하는 가점을 주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최근에는 2016년 국방부가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 제도를 추진했지만,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 인해 다시 무산된 바가 있다. 이후 2017년 11월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대학생들의 교외 활동이 학점으로 인정될 수 있게 되면서 군 복무 경험 또한 학점으로 인정될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 이어 현 정부가 군 복무 학점인정 제도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본 협약을 시행 중인 12개 대학을 포함해 서울대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 협약 체결이 이루어지는 등 본 제도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제도
대표적인 예로는 국방부가 이번 군 복무 경험 학점인증 제도를 시행하면서 벤치마킹한 미국의 군 경력 인증서(Verification Military Exercise & Training, 이하 VMET)가 있다. 우리나라도 군 경력 인증서가 있지만 쓰임새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군 경력 인증서는 단순한 병사용 경력 증명서이지만, VMET는 5개월 복무기간을 3학점 또는 600달러 상당의 금액으로 보상하고 있으며, VMET를 통한 학점인정 대학은 미국 전역 2300여 개가 넘는다. 특히 정부 부처 또는 학교 기관 등에 이 문서를 제시하면 특정 기술에 대해서 시험이나 숙련과정을 면제해 주기도 한다.

반대 여론
본 제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여성과 장애인 등 아예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차치하더라도 군 복무한 사병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보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체 군 병력 중 85%가 대학 재학생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15%는 학점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가 대학에 제도 도입을 강제하는 것 역시 조심스럽다. 국방부는 대학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제도화·법제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가가 대학의 학점의 가치를 무색하게 하고, 자율적인 교과과정 성립을 간섭하기 때문에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함께 시행되는 제도
국방부는 대학 원격강좌 학점인정 제도 참여 대학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장병들의 원격강좌 수강료를 50% 지원해주고 있다. 또 고등학교 졸업 장병에게는 전문학사, 독학사 취득을 지원하고 있고 고등학교 졸업 미만 장병에게는 검정고시 교재비·응시료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어학·자격시험 응시료, 학습교재·도서구입비 등 자기계발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군 장병이 복무 중 지역 중소기업에서 현장 체험을 하고 전역한 후 해당 기업에 실제로 취업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이는 전역 후 진로를 찾지 못한 군 장병과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한 지역 중소기업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취지다. 

본 제도가 병역 대상자에게 국가에 대한 봉사의 실질적 보상을 제시하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대상자가 아닌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세심한 조율과 국민의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다. 오랜 시간 동안 논란이 돼 왔던 군 복무에 대한 국가적 보상 문제가 이번 군 복무 경험 학점인정 제도로 해결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