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제가 어찌하길 바라시나요
각하, 제가 어찌하길 바라시나요
  • 문병필 기자
  • 승인 2020.02.13 23:2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산의 부장들 / 2020. 01. 22 개봉 / 감독: 우민호
남산의 부장들 / 2020. 01. 22 개봉 / 감독: 우민호

 

지난달 22일,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영화관에서 개봉됐다. 동아일보에 1990년 8월부터 매주 연재된 동명의 실화 연재물을 영화로 각색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10.26 사건이 일어나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0.26 사건은 김재규(이병헌 분)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이성민 분) 전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1979년 10월 26일 서울특별시 궁정동 안가에서 일어났다.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통령 경호실장인 차지철을 암살한 이유로 다양한 추측들이 존재한다. 대통령 경호실장인 차지철과의 권력 암투 과정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던 김재규가 충동적으로 범행을 일으켰다는 가설, 박정희 정권의 핵 개발 추진으로 인한 한미관계 악화로 미국이 암살을 조장했다는 가설 등이다. 영화 속에서도 김재규의 그런 다양한 고뇌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이 보좌하는 대통령을 암살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그가 짊어져야 했던 무게와 갈등은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영화이지만,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 이병헌의 연기가 특히 돋보였다. 이전 작품의 습관이나 표정을 보여주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그의 연기력은 김재규의 고뇌에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국가 권력의 2인자로서의 자리를 지키려는 자와 그것을 이용하려는 자의 내면을 잘 표현한 ‘남산의 부장들’을 관람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