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혹되기 쉬운 논리적 오류
현혹되기 쉬운 논리적 오류
  • 장호중 기자
  • 승인 2020.02.1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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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주장’을 특정 ‘누군가’가 이야기했다고 가정해보자. 사회적 현안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토론의 장에서 말이다. 해당 상황에서는 오로지 그 주장이 건설적인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다만, 이를 간과하고 ‘누군가’에게 초점을 맞추면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기 쉽다. 가령 아래와 같은 것이다.

의사: 음주와 흡연은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을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 에이, 선생님도 술, 담배 좋아하시잖아요. 선생님도 하면서 그러시면 안 되죠.

여기서 환자는 의사의 말이 아닌 의사의 위선을 지적하기 때문에 피장파장(Tu Quoque)을 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는 논리적 오류 중 하나인 인신공격의 오류에 속한다. 이 밖에도 “그래도 OOO보단 낫다”, “지금 너만 힘든 줄 아냐?”, “그러는 너는 윈도우 정품 쓰면서 이런 말 하냐?”와 같은 예시를 들 수 있다.
피장파장 오류는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 기사 댓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콘서트 암표 문제가 활개를 친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대응 법안을 발의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 전 대표의 개인적인 이미지를 떠나 옳은 말을 한 건 사실인데 댓글 상에서 너무 원색적인 비난을 해 안타까웠다. 이 밖에도 비슷한 상황을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사람들이 이런 댓글들을 타당한 근거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댓글들은 논리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말이다.
피장파장이 오류인지 자각하지 못하면 그 사실에 말려들기 쉽다. 분명 오류는 상대방이 저질렀는데 그의 말에 현혹되어서 상대가 더 정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나아가 해당 오류를 범하면서 상대방이 잘 모르는 그럴듯한 논증을 함께 덧붙여, 상대방을 꾀어내려 할 수 있기에 치사하고 악랄하다.
또한, 해당 오류는 자칫하면 논쟁 자체를 종결시킬 수 있어 강력하다. 특히, 논쟁은 주로 윤리적인 문제와 관련돼 있어 오류를 악용하면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반박조차 쉽게 할 수 없다. 문제는 윤리적, 도덕적 논증이 아닌 과학 논증에서도 오직 승리를 위해 피장파장의 오류가 동원될 수 있다. 그렇기에 말하는 이의 전언이 오류가 있는지 능숙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상황은 말려들기도 쉽지만 보기보다 대처는 간단하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발언을 지적하라고 상대방을 상기시키면 된다. 다만, 일상생활에서는 이를 적용하기 힘들다. “과거에 넌 ~했으니 이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보자. 이는 논리를 벗어나 듣는 이의 도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선뜻 대답하기 힘들다. 이러한 문제는 언제든지 사람의 생각은 수정될 수 있다고 설명해야 한다. 과거 자기 생각에 대해 지금은 다른 견해가 있다고 풀어서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구분하면 상대방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아닌 사실 기반의 논쟁이라면 발언에 대해 집중하면 된다.
필자는 모든 주장에 대해 논리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논리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든지 어떤 문제든 논리 및 윤리적 사항을 모두 고려한 건설적인 방향으로 의견이 개진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