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4호 ‘영화 보고 따라 하면 어쩌죠?’를 읽고
제414호 ‘영화 보고 따라 하면 어쩌죠?’를 읽고
  • 이지선 / 무은재 19
  • 승인 2020.01.0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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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에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범죄 영화 ‘조커’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그동안 나왔던 조커에 대한 영화 중에서도 그가 살아온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훌륭한 연출과 배우의 신들린 듯한 연기력에 관객들은 점점 잔인한 사회가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를 잔혹한 살인마로 만들어버렸다고 느끼며 조커에 대한 동정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뒀지만, 영화가 흥행함에 따라 곳곳에서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범죄자 주인공을 그린 영화를 보고 모방 범죄를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모방 범죄를 일으키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나 역시도 ‘양들의 침묵’ 시리즈나 ‘쏘우’ 시리즈와 같이 연쇄 살인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범죄 영화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고, 사회의 주축이 되는 사람들보다는 그 곁에 소외되는 아웃사이더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에 더 많이 공감하고 애정을 갖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과연 모방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들과 이런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방 범죄를 일으키는 심리는 무엇일까? 영화가 인간은 스스로의 선악을 판단할 수 없다는 약점을 건드리게 될 때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한 인간에게 선악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건 그가 살아온 삶과 겪었던 경험에서 자라난 가치관밖에 없다. 따라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 그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도덕적 모호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영화에서 그의 행동을 옹호하거나 영웅화하지 않더라도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 악당이 영웅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덕적 판단을 내리려고 하면 정신적으로 다소 취약한 사람들은 영화 속 인물에게 동화되며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범죄 장면에 대한 시각적인 노출 또한 큰 자극이 돼 범죄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 또한 굳이 영화 속 인물에게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악당이 매력적이거나 연출이 뛰어나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커지면 도덕적 잣대로 그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영화를 보고 따라서 똑같이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지도 모른다.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은 현실이 영화처럼 멋지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화 속의 살인은 아름답고, 주인공의 광기 또한 한없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곳엔 미학이 없고 오직 잔혹함만이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의 슬픔과 눈물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죽인다고 해서 자신을 괴롭혔던 사회에 대해 복수를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 이를 깨달은 사람들은 총을 꺼내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