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네 인생이야, 에바 호프
중요한 건 네 인생이야, 에바 호프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9.12.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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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호프' /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뮤지컬 '호프' /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곱게 물들었던 단풍이 삭연히 떨어지는 요즘, 머릿속에 떠오르는 뮤지컬이 있다. 황금빛 무대 위에서 쓸쓸한 노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뮤지컬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이다. ‘호프’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 반환을 놓고 진행된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에바 호프의 재판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왜 호프가 30년째 재판을 하는 동안 그토록 원고를 뺏기지 않으려 했는지에 집중해 그녀의 인생을 풀어냈다.
막이 오르면 재판이 시작되고, 중간중간 과거로 장면이 전환된다. 이때 흥미롭게도 두 명의 다른 배우가 각각 ‘과거 호프’와 ‘현재 호프’를 연기해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한 무대 위에서 보여주며, 현재 호프는 과거의 사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가령 엄마에게 폭언하는 과거 호프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호프는 과거의 자신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친다. 물론 그 외침은 닿지 않으며, 이런 단절은 현재 호프의 후회를 더욱 강조한다. 오직 원고만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호프는 큰 회의를 느낀다. 재판은 원고가 이스라엘 도서관에 넘겨지도록 판결이 나고, 호프가 앞으로의 삶을 원고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호프’는 최근 창작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인 제8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올해의 뮤지컬상 등을 받으며 그 완성도를 입증했다. 내년 가을이 돌아올 때 ‘호프’ 역시 바람을 타고 돌아와 재연되기를 기대해본다. 그 어떤 것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고 싶은 모두에게 이 뮤지컬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