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 김종은 기자
  • 승인 2019.12.05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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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분반 19학번 학생들은 다른 분반들에 비해 유난스레 분반 친구 생일을 챙긴다.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롤링 페이퍼와 선물을 준비해 수여식을 진행하고, 사진도 모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글을 올린다. 이렇게 유난을 떨게 된 배경에는 생일축하준비위원회(이하 생준위)가 있다. 생준위는 말 그대로 분반 친구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일을 맡는 단체다. 지난 2월, 새내기새로배움터에서 분반 선배가 우리에게 너희도 생준위를 만들지 않겠냐고 물었다. 당시 어중간한 감투 쓰기와 단체 소속에 목말랐던 우리는 어벤져스 마냥 이 사람 저 사람이 자원해 생준위를 결성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하 톡방)을 개설하고 어영부영 첫 회의를 할 때만 해도 어떻게 생일을 축하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어느덧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나름대로 체계가 잡혔다.
누군가의 생일이 일주일 전으로 다가오면 발등에 불붙은 사람처럼 급하게 톡방을 개설해 사진을 모으고 편지를 쓴다. 이 과정이 제일 힘든 단계다. 롤링 페이퍼를 써야 할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분반 친구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롤링 페이퍼를 수합해 보면 아직 쓰지 않은 사람은 많은데 쓰려는 사람은 없다. 대체로 쓰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롤링 페이퍼를 찾고 펜을 들어 그럴듯한 말을 적기가 귀찮다는 사소하고도 하찮은 이유다. 어르고 달랜 끝에 롤링 페이퍼를 완성하면 이제 선물을 고른다. 선물은  받는 사람과 관련이 있되, 결코 쓸모 있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받은 선물은 일반 가정집은 절대 달지 않을 법한 도어벨이었는데, 그것은 내 이름의 돌림자가 ‘종’인 것에 깊은 연관이 있다. 그리고 수여식을 준비한다. 수여식은 대학생활과미래설계나 글쓰기 수업 혹은 대면식이나 개강 총회같이 분반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에서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생일인 친구를 불러내 이뤄진다. 생일인 친구를 놀라게 하고 감동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마지막으로 분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생일인 친구의 사진과 함께 게시글을 올린다.
길고 복잡한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 보면 생준위에게 돌아오는 것은 보람과 기쁨보다는 해냈다는 안도와 피로가 먼저다. 그러나 생일인 친구에게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느라 지친 일상에서 간직할만한 소중한 추억이 된다.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남겨주는 일은 쉬운 일도 아니지만 자주 찾아오는 기회도 아니다. 분반 친구들과 점차 전공이 갈리며 흩어지게 되는 것이 아쉽다면, 당신에게 생준위 결성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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