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네트워크 공간도 사회의 일부분이다
[지곡골목소리] 네트워크 공간도 사회의 일부분이다
  • 박상혁 / 전자 3
  • 승인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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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학교 최대의 BBS인 PosB의 가장 널리 알려진 게시판들을 보면, 한 사람이 쓴 글에 대해 답 글이 길게 늘어서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글들 중 다수가 다양한 의견이나 토론과는 거리가 먼 감정적인 공격이 담긴 글이라는 데에 있다. 네트워크 활동이 모니터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 공간은 어디든 공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교내 몇몇 BBS가 제공하는 개인 게시판이라고 해도, 암호를 통해 막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는 공적인 공간에 포함된다. 이 점을 먼저 주지해 두자.

어떤 사람에 대해서든 싫은 감정이 생기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적인 공간에서 그러한 감정을 토로하는 것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네트워크 공간은 공적인 공간이며, 공적인 공간에서 싫은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또한 감정적으로 타인을 비난하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비난의 차원을 넘어 인격적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것은 서로 존중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문제점은, 네트워크 상에서의 그러한 감정적 공격 발언이 솔직함이라던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되고 있는 점이다. 감정적 공격이라는 것과 이성적 논박의 경계라는 것이 보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의 감정적 공격들은 큰 무리가 소수를 공격하는 형태를 띄면서 최소한의 배려나 이성적 포장도 사라진 것 같다. 이러한 공격은 비겁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짓이다. 솔직함과 자유로움은 타인이 피해를 입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아직 젊은 혈기가 넘치는 나이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대응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 감정을 잘 제어하고 이성적 논리로 포장하려는 노력을 멈추지는 말자. 예절과 형식, 그리고 논리를 최소한으로라도 갖추어 비판을 하자. 그것은 결코 가식이나 위선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사회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네트워크 공간의 필수 예절이 아닐까? 네트워크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감정적 공격을 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