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학점 교류와 SES에 대해
국내외 학점 교류와 SES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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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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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우리대학이 취한 특징적인 교육 정책은 캠퍼스의 울타리를 허문 것이다. 국내외의 여러 대학과 학점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장을 전국, 전 세계로 확장했다. 학생들이 찾아간 국내 학점 교류 대학은 8개교에 이르러, 지난 4년간 연평균 290여 명의 학생이 우리대학을 떠나 공부를 했다. 최대 36개교에 이르는 해외 대학으로 나간 학생은 같은 기간 매년 130여 명이다. 여름방학 기간을 길게 해 산업체 등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비교과 교육 프로그램인 SES도 4년째 진행하고 있다. 참여 기관이 76곳에서 116곳에 이르며 연평균 279명의 학생이 인턴 활동을 했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나라 동남쪽 끝인 포항에 위치한 우리대학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업을 수행하는 우리대학에서 학생들이 캠퍼스에만 머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 수도 적어 일이 년만 지나면 모두가 친숙해지는 곳에서 4년을 보낸다면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질 위험이 있다. 좋아하는 공부가 같고 생각하는 방식도 비슷한 과학도들이 끼리끼리 생활하다가 사회로 나가서 다종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오래된 자료지만 우리대학 졸업생들이 기업체에서 보인 능력을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공과 관련된 업무 능력 면에서는 뛰어난 평가를 받은 반면 의사소통능력이나 협업능력, 리더십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경험이 부족한 데서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이 캠퍼스를 벗어나 다른 대학과 기업체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은 그 자체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우물 안 개구리’를 탈피해 견문을 넓히게 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대학에 가 보거나 외국 대학에 가서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학생들이 보편적인 시야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학교가 아닌 기관에서 업무를 배워 보는 일은 예비 사회인의 자질을 갖추는 데 크게 기여한다. 교육 효과 면에서도 장점을 말할 수 있다. 국내외의 다른 대학에 가서 공부할 경우, 이공계가 아닌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를 가지는 만큼 사고의 유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기업체나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경험하는 일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현장의 관련성을 체험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긍정적인 점들을 고려할 때 국내외 대학과의 학점 교류를 활성화하고 SES 참여 기관을 늘리는 일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하겠다. 하지만 모든 일에 명암이 있듯이, 이러한 정책을 계속하는 데 있어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여기서 지적할 것은 교환학생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교육 효과 면에서 가질 수 있는 문제이다.
전공교육은 연속성과 체계성 속에서 그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구성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학부생 때의 단기 유학은 이러한 흐름을 끊는다는 점에서 정도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문제의 소지를 갖는다.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그만큼 적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는 학부 전체의 학업 성과에 있어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상황 조사를 행하고, 문제가 확인될 경우, 학점 교류를 신청할 수 있는 학점 기준을 근래 하향 조정한 정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다른 대학에서 교양 학점을 받아오는 경우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학점을 취득하기 쉬워 속된 말로 ‘꿀과목’이라고 불리는 교과를 선택하는 경우는 지속적으로 점검해 제약해야 할 문제다. 우리대학에서 개설하고 있는 교과와 같거나 유사한 교과를 선택하는 일도 지양될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 인문사회학부의 교과들이 수강생 전원이 이공계 학생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운영되는 데 비해 종합대학의 교과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캠퍼스의 울타리를 해체해 우리 학생들이 국내외 여러 기관에 가서 세상을 경험하고 학업의 다양성을 체험하게 하는 것은 그 취지에 있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인생 경험 면에서든 세상 경험 면에서든 학업 면에서든 그러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긍정적인 효과를 강화할 수 있도록 큰 틀은 유지하되,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문제들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