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공학과 - 일본 도호쿠대 교류기
신소재공학과 - 일본 도호쿠대 교류기
  • 김덕희 / 신소재 3
  • 승인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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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호쿠대 교류기
어느덧 11월이 되어버렸다. 이제 나의 대학 생활의 4분의 3이 끝나가고 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의 설레임과 많은 꿈들은 어느새 그 빛이 퇴색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포항공대에 와서 많은 경험들과 좋은 추억들을 간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소중한 경험중의 하나를 여러분들게 소개하고자 한다.

3학년 1학기, 이제 대학 생활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버린 시기라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 뭔가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다. 그러던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으로 일본 도호쿠 대학과의 교류가 이루어지게 되어 신청 학생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평소 학생 시절에 외국에 한번 정도 나가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았던 터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 기쁜 마음에 신청을 했다. 대략 20여명의 학생들이 교류에 참가하길 원했고, 우리들은 신소재공학과에서 사회과학부장을 맡고 있던 내 룸메이트를 주축으로 교류를 준비하게 되었다.

학부생간에 타 대학과의 학술 교류는 우리가 처음이었고, 대부분의 준비 기간이 많은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방학 기간이어서 준비가 결코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우리는 학술 교류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세 조로 나누어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해 각각 준비를 하기로 했다. 서로간의 의견 전달을 위한 홈페이지 제작과 발표할 주제는 우리 학교에 대한 소개, 방사광 가속기에 대한 소개, 그리고 첨단 신소재의 소개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누어 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속했던 조가 맡게 되었던 주제는 첨단 신소재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기회에 우리학교의 위상도 강조할 겸 얼마 전 매스컴에 크게 보도되었던 초전도체 박막에 대해 소개하기로 하였다. 일본교류관련 지도 교수님이셨던 김선효 교수님께서 초전도체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다고 하니 직접 이성익 교수님과의 만남의 자리를 주선해 주셨다. 이미 현대 물리 수업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졌듯이 이성익 교수님과의 만남의 시간은 매우 재미있었다. 특히 일본을 제치고 MgB2 초전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무협지를 보는 것처럼 긴박감이 넘쳐 흘러, 친구와의 약속 시간도 잊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일본 여행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교류를 기념하고자 준비해 왔던 단체 티셔츠가 세관에 걸리는 깜짝 이벤트가 연출됐던 것이다. 옷을 찾아 오던 친구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 시간동안 우리는 공항에서 있었던 센다이 지방의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가게 된 곳은 센다이라는 일본 동북부의 최대 도시였다. 최대 도시라고 하기에는 공항 주변이 너무도 한적하여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이 기우는 시내에 들어서면서 모두 사라져 버렸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동북부 3대 축제중의 하나인 타나바타 마쯔리의 마지막 날이었다. 화려한 거리를 가득 메운 차들, 길거리엔 앞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 있는 종이등, 텔레비전에서나 보았던 전통 기모노 의상을 입은 사람들, 어느것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것들이 없었다. 저녁에는 큰 도로를 따라 퍼레이드까지 벌어져, 우리는 일본에서의 첫날을 후회없이 보낼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우리가 고생해서 준비해갔던 주제들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도호쿠 대학에서 마련해준 세미나실에는 아무런 인터넷 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준비해갔던 파일도, 이름이 한글로 된 것은 일본 컴퓨터에서는 읽히지 않았다. 다행이 그쪽에 계신 유학생 선배님께서 도와주셔서 무사히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세미나는 교대로 우리쪽에서 하나의 주제를 발표하면 그 다음에는 도호쿠대학측 학생이 하나의 주제를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교수님들로부터 도호쿠대학이 유명한 대학이며, 이번이 처음 교류이므로 발표를 잘해야 된다는 말씀을 누누이 들었던 터라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학생들이 준비한 주제들은 내 느낌 그대로 표현하자면 정말 “소박”한 것들이었다. 자신들이 속한 랩에서 공부하는 내용들을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한 학생은 자신의 평소 관심 분야였던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주제 선정에 교수님의 간섭이 없었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학술 교류라는 말에 묶여, 조금은 거창한 주제들에, 겉 멋 들이기를 시도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교수님들에게 검증(?) 받았던 우리로서는 창피한 일이었다. 또한 같은 과 학생이 아님에도 교류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도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비록 3박 4일밖에 안되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교류에 참가했던 것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일본 학생들과 채팅을 하고, 밤새가며 세미나 준비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본 땅을 밟고, 그들과의 만남을 가지고걖" 이 모든 것들이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우리들이 우리의 손으로 준비해낸 결과들이기에 더욱 값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년에는 도호쿠 대학에서 우리 대학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다시 우리가 그쪽을 방문하고, 이렇게 앞으로 교류가 계속될 것이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의 시행 착오와 경험들이 앞으로의 교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직 학생간 학술 교류라 하기에는 많은 점들이 부족하다. 일본에는 인터넷이 우리나라처럼 널리 보급되지 않았으며, 일본 학생들이 e-mail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이런 점들이 개선되고, 우리들이 일본 학생들처럼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한다면, 더 이상 학교 주도가 아닌 학생 주도의 교류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기회를 잡으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포항공대의 우수함과 내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고 돌아왔다. 부족한 영어 실력, 일본 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세, 검소한 생활 습관.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주어진 과제들이다. 색다른 곳에서의 색다른 경험은 우리가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여러분 모두 이 기회를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