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2개 이어 붙이기의 어려움, 계산으로 풀어가는 메테인 산화이량화
탄소 2개 이어 붙이기의 어려움, 계산으로 풀어가는 메테인 산화이량화
  • 하정명 박사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9.11.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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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소 첨가로 변형된 촉매 표면에서 일어나는 에틸렌 또는 이산화탄소 생성
▲신규 원소 첨가로 변형된 촉매 표면에서 일어나는 에틸렌 또는 이산화탄소 생성

 

여전히 매력적인 자원, 메테인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석 연료 자원 중 메테인은 천연가스의 주요 구성 성분(80~95%)으로 석유나 석탄보다 매장량이 풍부하여 도시가스, CNG 등의 연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초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메테인의 CHn  (n=0, 1, 2, 3, 4)를 이러저리 붙여서 에테인(CH3 - CH3), 벤젠(- CH6 -)과 같은 물질을 원하는 대로 합성할 수 있다면 매우 환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메테인은 연료로서는 쉽게 연소시킬 수 있으나, 메테인의 C - H 결합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해 분해하기 어려워, 메테인을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과학자들은 메테인의 C - H 결합을 활성화해 다른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 메테인을 레고 블럭처럼 활용하여 새로운 화학 물질을 만들 수 있는 길이 되리라 생각하고, 오랫동안 연구를 수행해왔다. 메테인의 C - H 결합을 직접 끊어내기가 쉽지 않아서, C - H 결합 하나를 끊고 할로겐 원소를 붙여서 CH3Br과 같은 물질을 합성하는 할로겐화 반응, C - H 결합 하나를 산화시켜서 메탄올(CH3OH)을 합성하는 부분 산화 반응 등이 제시돼 왔다. 이렇게 다른 종류의 원자를 붙이는 반응 외에, 메테인의 C - H 결합 자체를 끊어서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서는 C - H 결합을 산소 원자를 이용하여 활성화해 메틸 라디칼(CH3·)과 하이드록시기(·OH)를 만들고, 이렇게 생성된 메틸 라디칼 2개를 붙여서 에테인(CH3 - CH3), 에틸렌(CH2 = CH2) 등을 합성할 수 있으며, 이것을 메테인 산화이량화 반응(Oxidative Coupling Of Methane)이라고 한다. 메테인 산화이량화 반응은 1985년 Nature에 보고된 이후 다른 종류의 반응에 비해 실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많은 기업 및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할로겐화: 
CH4 + Br2 → CH3Br + HBr

메탄올 합성: 
CH4 + H2O2 → CH3OH + H2O

메테인 산화이량화: 
2CH4 + O2 → CH2=CH2 + 2H2O
메테인 전환 기술의 어려움
메테인과 산소를 같은 공간에서 높은 온도(700~1000°C)로 가열해 반응을 수행하다 보니, 메테인의 완전 산화 반응이 일어나서 CO, CO2와 같은 부산물이 발생하는 것이 메테인 산화이량화 반응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따라서, 메테인 산화이량화 촉매의 가장 큰 목적은 CO, CO2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촉매가 개발됐다. 
최초의 메테인 산화이량화 촉매인 Li/MgO로부터 현재의 가장 인기 있는 촉매인 Na2WO4/Mn/SiO2 촉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촉매들이 제시됐으나, 흥미로운 것은 이들 촉매가 가지는 특성들 중 어떤 것이 반응에 도움이 되었는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Na2WO4/Mn/SiO2 촉매는 1993년에 개발이 보고되었고 여러 연구자에 의해 파일럿 공정에까지 활용되었으나, 실제로 이 촉매가 어떤 경로로 메테인 산화이량화 반응을 촉진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메테인 산화이량화 반응 촉매의 분석이 어려운 것은, 메테인 산화이량화의 반응 온도가 높고(700~1000°C), 반응성이 높은 라디칼의 생성을 통해 반응이 진행되며, CO, CO2, H2, H2O 등의 다양한 부산물이 생성되고, 원하는 대로 생성된 에테인조차도 에틸렌, 프로판, 프로필렌 등으로 추가 전환되는 등 실제 반응이 매우 복잡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촉매를 설계하고 합성해야 하는지 연구자들이 계획하기 어렵게 되고, 덤불에서 바늘을 찾듯이 막연하게 많은 조합의 촉매를 제조하여 실험을 통해 최적 촉매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

계산과학으로 실험 줄이기
이러한 이유로 실험을 줄여서 높은 활성의 촉매를 개발할 방법이 필요한데, 최근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계산과학, 특히 밀도범함수 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은 촉매 개발을 위한 실험을 줄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가지는 SrTiO3는 메테인 산화이량화 반응 촉매로 연구됐고, 이 구조에 새로운 원소를 첨가해 촉매 활성을 조정할 수 있다. 이때 촉매의 어떤 특성을 조정해야 촉매 반응 활성을 높일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데 계산 과학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매우 단순한 계산을 통해, 메테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메틸 라디칼이 결정화된 촉매 표면에 어떻게 흡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메틸 라디칼이 촉매 표면에 흡착하는 세기는 촉매 표면의 구조에 영향을 크게 받고 촉매 표면의 원자가 새로운 원자로 치환될 때 촉매 표면이 미세하게 변화하고 메틸 라디칼의 흡착 세기가 달라지며, 결과적으로 반응 활성이 달라진다. 10여 개의 촉매 반응 결과를 확인해보면, 밀도범함수 이론 계산으로 얻어진 메틸 라디칼의 흡착에너지와 반응 활성 사이에는 독특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메틸 라디칼의 흡착 세기가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한 경우 모두에서 반응 결과가 나빠지며, 적절한 흡착 세기가 달성됐을 때 반응 결과가 좋아진다. 메틸 라디칼의 흡착 세기가 너무 강하면 메틸 라디칼이 촉매 표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원래, 생성된 메틸 라디칼은 즉시 촉매 표면을 떠나 다른 메틸 라디칼을 만나서 에테인을 생성해야 하는데, 촉매 표면에 오래 머무르는 메틸 라디칼은 촉매 표면에서 산소를 만나서 CO나 CO2로 연소돼 버린다. 또한, 메틸 라디칼의 흡착 세기가 너무 약하면 메틸 라디칼의 흡착 자체가 잘 일어나지 않아서 메테인이 메틸 라디칼로 잘 변하지 않게 돼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계산 결과와 실험 결과를 비교하면 이러한 반응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한 계산이지만 이를 이용하면 다음 단계에서 아직 실험해보지 않은 수백 가지 조합에 대해 촉매를 합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해볼 수 있고, 이로부터 새로운 최적 촉매를 찾을 수 있다.

신규 원소 첨가로 변형된 촉매 표면에서 일어나는 에틸렌 또는 이산화탄소 생성
계산 과학을 이용한 물질 개발은 현재 거의 모든 기술 개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메테인 산화이량화 반응과 같은 반응 경로가 불명확하고 필요한 물질 특성이 모호할 경우에도 연구 개발의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