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크’를 아시나요
‘관크’를 아시나요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9.11.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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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나는 내 문화생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관람했고, 그날을 기점으로 뮤지컬 팬이 됐다. 어릴 적 내가 뮤지컬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는 ‘고상한 사람들만 즐기는 공연’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뮤지컬은 점차 다양한 주제와 음악 장르를 다루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뮤지컬 배우들 역시 각종 매체에 출연해 활발히 활동하며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요즘의 뮤지컬은 폭넓은 관객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연 문화가 널리 확산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공연 관람 문화에 대한 문제가 자주 제기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배우들의 목소리에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많은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는 도중에 ‘관크’를 당했다”라고 호소한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로서, 다른 관객으로 인해 공연 관람을 방해받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다. 예를 들어, 어떤 관객이 공연 중 옆 사람과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휴대전화를 켜 화면의 불빛이 새어 나오게 하는 상황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공연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관객들에게 미리 주의사항을 안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크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관크에 민감한 공연계 팬들 사이에서는 ‘시체 관극’이라는 표현이 유행하기도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시체처럼 가만히 앉아, 그 어떤 소리나 움직임도 일으키지 않고 관람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생각해보면 관객들이 모두 시체 관극을 할 경우 아무도 자신의 공연 관람을 방해받지 않을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 관객들은 공연 내내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와 마음가짐을 유지하느라 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그 중간의 어딘가에 해당하는 ‘적절한 공연 관람 태도’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관크와 관련된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에는 배우 강한나, 오혜원, 손석구가 연극 ‘프라이드’를 관람했다가 관크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이 공연 중 서로 대화하고, 진지한 장면에서 크게 웃는 등 부적절한 관람 태도를 보였다는 관객들의 목격담이 속출한 것이다.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한 손석구는 사람에 따라 같은 장면을 보고도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지 않냐며, “다수에게 피해 가지 않으면서도 제 권리라고 생각되는 만큼은 조용히 웃고 조용히 울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의 입장문 속 ‘편협하고 강압적이며 폭력적이기까지 한 변질된 공연 관람 문화’라는 표현은 공연계 팬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표현이 보여주듯, 어디까지가 다른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행동이고 또 어디까지가 관객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반응인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최소한의 공연 관람 에티켓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이 가진 ‘순간의 예술’이라는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바람직한 행동 양식을 자발적으로 지킬 때 비로소 공연 관람 문화는 한 단계 성숙해질 것이다. 공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모든 관객이 공연장을 나와 집으로 향할 때 오늘 겪은 관크가 아닌 오늘 감상한 음악, 연기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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