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음악여행, 그린플러그드 경주에 가다
가을날의 음악여행, 그린플러그드 경주에 가다
  • 박민해 기자, 정유진 기자
  • 승인 2019.10.18 17: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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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음악을 즐길 때 이미 녹음돼있는 음원을 찾아 듣지만, 뭐니 뭐니 해도 무대를 두 눈으로 보면서 라이브 음악을 직접 들을 때야말로 비로소 온전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여러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고 싶다면, 음악 페스티벌에 가면 된다. 일반적으로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넓은 공원에 다양한 크기의 무대와 음식 부스 등이 설치되고, 특정 장르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각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록 페스티벌에서는 여러 밴드가, 힙합 페스티벌에서는 여러 래퍼가 돌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관객들은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연 시간표를 참고해, 자유롭게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우리대학 주변에서도 몇몇 음악 페스티벌이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칠포재즈페스티벌’은 포항 칠포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로서, 국내외 재즈 아티스트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또, ‘그린플러그드 경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록 페스티벌 중 하나인 ‘그린플러그드’가 서울뿐만 아니라 동해, 경주로 페스티벌 개최지를 늘리면서 새로이 생겨났다. 대다수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수도권에 편중돼있는 상황에서, 그린플러그드 경주는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음악 페스티벌을 만들자는 목표로 2017년에 처음 개최됐다. 포항공대신문은 지난 9월 28일에서 29일까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일대에서 이틀 동안 개최된 그린플러그드 경주 2019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록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법
기자들은 카메라를 메고 경주행 시외버스에 올라탔다. 페스티벌 지역과 △경주역 △신경주역 △경주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상시 운행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매우 편리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정문의 티켓 부스에서 관객들은 예매한 티켓을 제시하고, 손목띠 형태의 페스티벌 입장권을 받는다. 손목띠만 차고 있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페스티벌 지역을 드나들 수 있는데, 끊어진 손목띠는 입장권으로 사용하지 못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공원 입장 후에는 △MOON △SUN △WIND 스테이지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MOON 스테이지와 SUN 스테이지는 무대 앞의 구역이 스탠딩 존으로 정해져 있어 관객들이 서서 뛰어놀 수 있고, 스탠딩 존 외부의 피크닉 존에서는 개인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누워서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WIND 스테이지는 작은 규모의 무대를 계단식 객석이 둥글게 둘러싼 형태를 하고 있어 잔잔한 음악을 무대 가까이서 즐기기에 적합하다. 이번 그린플러그드 경주 2019에는 △YB △피아 △잔나비 △몽니 △로맨틱펀치 △딕펑스를 비롯한 밴드들은 물론이고 △장범준 △김필 △치즈 등의 솔로 가수, 래퍼들도 참여해 다채로운 무대를 꾸몄다.
한편, 다른 관객들과 함께 록 페스티벌만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다. 록 페스티벌에서는 관객들이 거대한 깃발을 하늘 위로 드높여 휘날리거나 기차를 만들듯 서로의 어깨를 잡고 달리며 스탠딩 존을 누비는 등 갖가지 특별한 방법으로 공연을 즐긴다. 가장 대표적인 록 페스티벌 문화로는 ‘슬램(Slam)’이 있다. 슬램은 연주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순간 관객들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어 몸을 부딪치는 행위로서, 메탈과 같이 강한 음악이 연주될수록 흔하게 볼 수 있다. 록 페스티벌에 왔다면 한 번쯤은 슬램이 이뤄지는 공간인 슬램존에 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이날 밴드 소닉스톤즈의 공연에서는 보컬리스트가 슬램존으로 뛰어 내려와 분위기를 더욱더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관객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도 서로 몸을 부딪치며 열광했으며, 밤이 되도록 그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자연과 함께 즐기는 방법
그린플러그드는 Green(자연)과 Plug(덮다)의 합성어로 자연으로 뒤덮인 새로운 환경을 뜻한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착한 생각과 작은 실천’이라는 주제를 갖고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세계를 향해 캠페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린플러그드는 그 목적에 맞게 사막화 방지를 위한 환경 캠페인 ‘40’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진행하며 사막화로 인한 피해와 위협을 알리고 그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행사에 사용되는 모든 제작물은 친환경 재생용지와 콩기름 잉크 인쇄 방식을 통해 만드는 ‘SAVE TREES’ 캠페인과 함께한다. 이를 통해 일반 용지를 사용했다면 베어졌을 30년생 나무를 보전하고 공기를 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실천적 환경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에는 그린플러그드 10주년을 맞이해 ‘바이플라스틱’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일환으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글로벌 환경 기업인 테라사이클과 함께 스태프들은 제주도 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 봉사에 참여했다. 

 

다양한 캠페인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향하는 생각과 행동은 행사 당일에도 계속됐다. 관객 입장 시 종이 지도는 제공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를 담을 수 있도록 EL724 인증을 받은 산화 생분해성 비닐봉지가 제공됐다. 폐기 후 자연 분해되는 봉지에 관객들은 쓰레기를 담으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함께했다. 또한, MD에 플라스틱, 비닐 포장을 하지 않고 종이 테이블을 판매해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였다. F&B(Food and Beverage) 부스에서는 텀블러와 다회용 용기 지참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외부 음식 또한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담은 것은 허용됐다. 공연 중간중간 무대 화면에는 한국환경공단의 영상과 각종 환경 캠페인을 소개하며 그린플러그드의 캠페인 메시지를 널리 알렸다.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우리대학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아쉬워만 하지 말고 그린플러그드 경주를 비롯한 우리대학 주변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