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오브 스톰 찬가
히어로즈 오브 스톰 찬가
  • 김상수
  • 승인 2019.10.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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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망할 수가 없던 게임이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인 AOS(Aeon of Strife)에, ‘블리자드’라는 미국의 메이저 게임 회사가 만드는 게임! 게다가 블리자드 사가 그들 게임의 모든 영웅을 출현시킨다니! 바로 이름만은 누구나 들어본 ‘히어로즈 오브 스톰’(이하 히오스)이다. 이미 유명한 블리자드 사의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영웅들의 출현은 AOS 게임 장르의 초기 장벽인 각 영웅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줄여 게이머들이 더 빨리 게임에 빠져들게 할 수 있었다. 블리자드에 없던 새로운 게임 장르는 블리자드에도 새로운 자극을 줄 것이었다. 이렇게 결코 망할 수 없는 게임이 탄생했다.
그러나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 히오스의 결과는 처참하다. 믿었던 블리자드 사는 프로 리그를 폐지했고, 동생뻘인 게임 ‘오버워치’가 ‘리그오브 레전드’와 ‘배틀 그라운드’ 등과 게임 순위 1~3위를 다툴 때 히오스는 ‘크레이지아케이드’와 ‘아이온’등의 게임과 20위를 걸고 혈전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히오스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실망감이 크다. 한때 히오스를 자체적으로 홍보해 오던 유저들은 대부분 떠나갔고, 남은 게이머들은 줄어드는 사람 수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결국 히오스는 망한 게임으로 더 유명하다.
히오스의 문제점은 결코 하나로 요약되지 않는다. 공동으로 경험치를 공유하는 공산주의적 레벨업 방식, 게임 초기 특히 심했던 불공정한 매칭 시스템, 느린 개발 속도와 의도적 게임 방해자들에 대한 약한 제재…. 그러나 히오스는 많은 수의 맵, 맵 별로 분명한 목표,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특성 시스템, 빠른 게임 속도 등등 분명한 장점들이 있는 게임이었다. 심지어 히오스의 운영은, 많은 문제점을 보였지만 타 게임들도 결코 깨끗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히오스라는 게임 하나의 흥망성쇠를 논하기 위해서 문제점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힘들다. 
결국 아쉬운 점은 타이밍이다. 히오스는 오픈 초기 블리자드의 후광을 뒤에 업고 많은 접속자를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히오스는 덜 개발된 게임이었다. 비어 있는 특성창, 적은 영웅 수, 심지어 실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매칭 시스템이 유저들을 막았다. 자신이 즐기던 게임의 영웅이 어떻게 구현됐는지 구경하기 위해 모였던 초기 유저들이 히오스에 남아 있을 수 없던 이유다. 그렇게 히오스는 리그도, 게이머도, 유저도 없는 게임이 돼 갔다. 
그래도 아직 히오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놀랍게도, 히오스는 9월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다시 PC방 순위 20위에 올랐다. 전주 대비 5%나 높아진 PC방에서의 사용 시간은 아직 히오스를, 심지어 PC방에서 하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뜻한다. 게임을 위한 매칭 시간이 전에 비해 빨라졌고, 꾸준히 새로운 캐릭터들이 시공의 폭풍, 히오스에 등장하고 있다.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게임, 망한 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히오스지만, 세상 모든 일이 최선의 타이밍에만 일어날 수는 없다. 한 해 계획을 실천하기에 이미 늦은 10월이지만, 조금은 늦어버린,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는 게임 히오스와 나 자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