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신문에 바란다] 포항공대신문만의 색깔 찾기를
[포항공대신문에 바란다] 포항공대신문만의 색깔 찾기를
  • 신문수 / 산공 석사 2
  • 승인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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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중심으로 학내 여론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대학본부 측이 제시한 ‘교내 주차관리 개선’을 위한 해법(?)이 말썽입니다. ‘신분별 주차 할당제’라는 이 새로운 제도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전면 유료화를 고려한 과도기적 제도라고 하지만, 당장 직면해야 하는 현실이 학생들을 분노케 하는 듯 합니다. 교내의 몇몇 사이버공간 상에는 이 말썽에 대한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술렁임 속에서 우리 대학의 유일한 정론지라 자부하는 포항공대신문의 움직임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자신의 생각을 즉석에서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껄끄러운 대상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사이버공간의 매력에 중독되었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여론의 흐름 또한 사이버 공간 속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교내 학생들의 열띤 논쟁의 장이 되고 있는 몇몇 사이버 공간들이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는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3주에 한 번 발행될 뿐인 포항공대신문이 이러한 교내 여론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발행 주기를 줄여 보다 많은 목소리를 적시에 담아낼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안타깝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어려워 보입니다. 과중한 학업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서 신문제작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 학생기자단에게 너무나 가혹한 요구일 테니까요. 포항공대신문이 안고 있는 이러한 한계는 독자들의 외면을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혹자는 이에 더하여 문화나 사상, 철학이 없다는 이유로 포항공대신문을 폄하하기까지 합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합시다. 소규모 이공계 대학이라는 태생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포항공대신문은 포항공대신문만의 색깔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의 포항공대신문은 고정관념 속에서 간신히 구색만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여타 종합대학신문이 보이는 틀을 답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감히 틀을 깨야 합니다. 문화와 정치·경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담을 수 없다면, 누구보다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이해로 지면을 채우면 됩니다. 지면에 인쇄되는 활자신문의 형태를 고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자매체가 주도하는 디지털시대로의 흐름에 발맞추어 인터넷을 통한 전자신문의 형태로 제작하면, 신문제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사이버공간 상에 오가는 여론의 흐름을 보다 시의적절하게 담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포항공대신문만의 독특한 틀 속에서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융합하고자 하는 노력이 경주될 때 포항공대신문은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포항공대신문만의 색깔을 찾는 작업은 학생기자단의 몫입니다. 젊은 사고로 기존의 틀을 과감히 부수어 나가는 이 일은 당연히 학생기자들의 몫이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포항공대신문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학생기자단을 믿습니다. 학생기자단은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뛰어주기를 바랍니다. 교내 유일의 정론지로서 부끄럽지 않은 포항공대신문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