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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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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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대 총장 김 무 환
▲제8대 총장 김 무 환

 

존경하는 최정우 이사장님! 
지금 이 자리에서 전달해 주신 메이스를 앞에 세우고 포스텍을 책임감 있게 이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친애하는 포스텍 구성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갓 문을 열었던 포스텍에 부임한 지 32년 후인 오늘, 저는 여러분 앞에서 8대 총장으로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포스텍의 탄생과 발전을 함께 해온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과 기쁨입니다. 한편으로는 포스텍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으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요구받는 이 시점에 총장이라는 대임(大任)을 맡게 되어 두 어깨가 무겁습니다. 
포스텍은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들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던 시기, ‘세계 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대학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박태준 설립이사장님의 혜안과 포스코 직원들의 피와 땀 위에 설립된 대학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멀리 내다본 출발이었기에, 건학이념 역시 교육과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와 인류에 대해 봉사해야 함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몸담아왔던 포스텍은 우리나라 고등교육계에서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대학이었습니다. 교육에서는 소수정예 대학만이 할 수 있는 선진적인 교육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길러내었고, 연구에서는 탁월한 연구성과로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술 혁신을 이끌어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대학은 짧은 역사, 비영어권 국가, 비수도권 소재 대학이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대표적인 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세계의 대학과 학계는 ‘작지만 강한 대학’, 포스텍의 발전에 주목하고,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에 많은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포스테키안 여러분! 
여기에서 저는 포스텍의 진정한 힘은 ‘함께’라는 힘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비전이나 소수의 리더십, 탁월한 성과만으로 대학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포스텍을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시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겠다는 목표 아래 대학 구성원과 포스코, 정부, 경상북도, 포항시, 그리고 포스텍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이 힘을 합쳤기에 30여 년 만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대학을 냉철하게 돌아보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스텍의 장점으로 꼽혔던 교육과 연구 여건이 이제 더는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2030년에는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의 예측까지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위기’란 단어에 사용된 한자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위기의 첫 번째 한자는 위험을 뜻하지만, 두 번째 한자인  ‘기(機)’는 당초 베틀을 의미하는 회의문자에서 만들어졌는데, 옷감을 짜기 위해 사용하는 베틀 위 잉아에 따라 옷감의 성패가 좌우되었기 때문에 ‘기회’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위기는 위험한 고비이자, 곧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위기감을 느끼고 구성원이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힘을 모은다면 위대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미 우리는 포스텍의 발전을 통해 ‘함께의 힘’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앞으로 추진해 나갈 과제들에 대해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미리 밝혀두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포스텍의 성장에는 전임 총장님들의 훌륭한 정책들이 그 바탕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정책들이 의미 있게 정착될 수 있도록 잘 운영되고 있는 정책은 일관되게 유지하되, 앞으로 새롭게 제안할 정책들도 기존의 정책과 잘 맞물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학생이 필요로 하는 교육 혁신입니다. 
통신 기술의 발달은 MOOC라는 학습자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혁신적인 교육시스템을 탄생시켰습니다. 컴퓨터,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든 필요에 따라 세계적 석학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이 이러한 변화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닫힌 교육만 지속한다면 대학 역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대학이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 역시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포스텍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교육은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생이 필요로 하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문제 해결 능력, 다양성의 가치를 조합하는 대안 도출 역량, 그리고 기계와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협력적 소통 역량 등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대학은 이 세 가지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습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중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도덕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인문사회학부와 함께 미래 리더들에게 필요한 윤리와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산업체와 미래가 필요로 하는 연구혁신입니다. 
오늘의 포스텍을 만든 중요한 근간은 교육과 탁월한 연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포스텍은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물론 신재생 에너지나 기후변화, 환경과 같이 국민 생활과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서 더욱 선도적인 위치로 나아가야 합니다. 산업체가 포스텍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포스텍은 산업과 연구 현장을 연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연구를 수행할 것입니다. 연구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획기적인 산학연 협력 지원 시스템을 학내에 갖추겠습니다. 산업체가 포스텍과의 연구로 더 큰 가치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겠습니다. 또, 기초과학은 모든 과학기술 분야의 토대일 뿐 아니라 학문적 진전을 가져오는 중요한 분야로, 미래가 필요로 하는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대학도 IBS 캠퍼스 연구단을 중심으로 수월성을 유지해 왔지만, 더욱 영향력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포스텍 플래그십 프로젝트(POSTECH Flagship Project)’를 발굴, 육성하겠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적 연구집단을 장기간 키워나갈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스텍의 현재가 필요로 하는 대학 경영 혁신입니다. 
포스텍은 태생적으로 소수정예대학으로, 다른 조직에 비해 강하고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대학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변화에 용이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혁신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혁신이란 소수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기보다 구성원 모두가 지향점에 공감하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경주할 때 얻어지는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각각의 구성원, 단위 조직이 스스로 발전하는 ‘자주 관리’야 말로 대학의 목표를 이루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관리는 포스코의 성공을 이끈 경영철학 중 하나로, 현장 그룹이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당면한 문제를 빠르게 개선하고, 조직 전체가 탄탄하게 뭉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부여합니다. 앞으로 포스텍의 혁신은 자주 관리형 혁신으로, 학과, 전문대학원, 행정부서 등 각 단위 조직부터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 역시 앞에서 끌어가는 리더십보다는 풍파와 조류를 앞서서 읽고, 단위 조직이 스퍼트를 낼 때 방향을 잡는 조정 경기의 타수(舵手)와 같은 총장이 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다양성’입니다. 모든 단위 조직은 각자 다른 입장과 상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혁신의 전제 조건입니다. 칡과 등나무는 무언가를 감고 나아가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칡은 왼쪽으로만, 등나무는 오른쪽으로만 감깁니다. 이 두 식물을 함께 심으면 서로 얽혀 둘 다 자라나지 못합니다. 이것이 ‘갈등(葛藤)’입니다. 각자 상치되는 견해나 이해를 주장하기만 하면 칡과 등나무처럼 얽히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며 존중할 수 있도록 소통 기회를 만들어 갈등을 딛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갑시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가는 길에서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아쉬운 실수를 하더라도 함께 나누고, 모든 구성원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듭시다. 

경상북도, 포항시 관계자 여러분! 
포스텍은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대표적인 대학입니다. 경상북도민과 포항시민들이 지속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 발전의 중심에 서서 적극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경상북도와 포항시도 포스텍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과 포스텍 구성원 여러분!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화합하면 시작하고, 단결하면 진보하며, 함께 일하면 성공한다(Coming together is a beginning. Keeping together is progress. Working together is success)”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처럼, 포스텍의 가장 큰 힘은 ‘함께의 힘’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오늘부터 새롭게 열릴 포스텍 역사의 새로운 장(章) 역시 구성원과 이 자리에 계신 내외 귀빈, 정부와 지자체, 산업체가 모두 뜻을 모을 때 찬란한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포스텍 역시 여러분의 미래가 더욱 희망찰 수 있도록 부단히 혁신하고,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건학이념을 달성하겠다는 높은 뜻을 가지고 다 함께 노력해 갑시다. 포스텍을 국민들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며 자부심을 가질만한 대학으로 같이 만들어 갑시다. 

강의와 연구에 밤낮없이 매진하고 계신 교원 여러분, 매일 배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학생 여러분, 대학 운영에 열과 성을 다하시는 직원 여러분, 모든 분이 포스텍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만들어주고 계십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덧붙여, 구성원들의 교육과 연구 활동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 주시는 조리사님, 환경미화원 선생님, 캠퍼스 폴리스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들의 숨은 노력은 포스텍의 든든한 기반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빛내주신 최정우 이사장님과 앞서 포스텍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신 전임 총장님들께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