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김무환 총장께 묻는다
제8대 김무환 총장께 묻는다
  • 이민우, 최수영 기자
  • 승인 2019.09.0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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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인터뷰 중인 우리대학 제8대 김무환 총장
▲취임 인터뷰 중인 우리대학 제8대 김무환 총장

 

우수인력들의 지방 기피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님이 그리는 우리대학의 미래와 그 속에서 총장님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은 모든 정보교류가 인터넷으로 되고,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배워야 할 게 훨씬 많은 시대다. 지방에 있다는 것은 학문을 추구하는 데 있어 아무런 약점이 되지 않는다. 
우리대학의 건학이념이 우리대학의 목적이 된다. 우리대학은 교육을 제대로 하고, 우수한 연구를 통해 국가와 인류에 공헌하는, 건학이념에 충실한 대학이 돼야 한다. 학생들을 시대에 맞게 잘 가르치고,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의 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선봉에 서서 돌격하는 사람도 있고 모든 사람이 스스로 뛸 수 있도록 조정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의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대학의 구성원들은 모두 뛰어나다. 훌륭한 교수님과 학생들이 정말 많다. 이 사람들이 의욕만 나게 해주면, 뛰도록만 해주면 우리대학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모아서 발전 가능한 방향으로 뛸 수 있게 할 것인가, 그것에 나의 역할이 있을 것 같다.
 
우리대학의 대학평가가 예전보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대학 구성원들이 우려와 걱정을 표하고 있다. 총장님의 생각과 앞으로의 대응책은 무엇인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대학 평가 지표로 주목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2가지, THE 세계대학평가와 QS 세계대학평가가 있다. QS 순위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THE는 28위까지 올라갔다가 140위까지 떨어졌는데, 이 지표 때문에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여러 가지 평가 요소 중에 교육 여건, 교육의 질, 연구의 질 이런 것들은 그대로 높다. 그러나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가’를 따지는 Reputation 영역의 점수가 낮다. 물론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연구의 질이고 교육의 질이다. 그러나 평가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그와 더불어 학교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대학 구성원은 소수이고, 건축이나 금융수학 등 우리대학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에서는 우리대학이 명성을 얻기 힘들다. Reputation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밖으로 나갈 때 포스텍을 자랑스럽게 가슴에 달고 나갔으면 좋겠다.
대학순위에 관련된 노력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내년 내후년부터 순위 급상승을 바라기 어렵지만, 내 임기가 다할 때까지 적어도 우리가 속한 우리대학의 제대로 된 순위를 나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재 우리대학에 팽배한 갈등상황을 총장님은 어떻게 해결하고 구성원들과 어떤 방법으로 소통해 나갈 계획인지.
취임사를 참고해줬으면 좋겠다. 취임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주 말하는 문구가 ‘함께하자’ 이다. 그것이 나의 메시지다. 같이 가야 한다. 왜 우리가 함께 가지 못할까. 왜 그렇게 의견이 다른가. 그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대학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우리 학교만 해도 공학이 있고 이학이 있다. 모든 계파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 대학이다. 그러나 대학은 그것을 승부 짓지 않는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한 방향으로 결론이 지어지지만, 대학은 결론이 지어지지 않은 채 계속 간다. 학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해야하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다. 그렇게 대학은 ‘시끄러움’을 안고 가야 한다. 시끄럽고 개인주의적인 환경 속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 단지 기본적인 이념으로 나와 너는 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생각, 가치관, 연구관이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학교의 발전을 위해 어떤 이는 노벨상이 목표일 수 있고, 어떤 이는 벤처부터 시작해 1조 기업을 일구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둘 다 중요하다. 각자가 우리가 전체적으로 가야 할 방향의 단계를 다르게 가는 것뿐이다. 따라서 서로를 가치를 인정하고 배려하고, 서로 이끌어야만 함께 나아갈 수 있다. 나는 우리가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호소할 것이다.

대부분 학부생들이 총장님이 바뀌는 경험이 처음이다. 학생들을 위한 정책, 제도에 변화가 있는지.
교육에 관한 내 캐치프레이즈는 ‘학생이 필요로 하는 교육’이다. 학생이 배우기 위해서 학교에 왔기 때문에 학생이 필요로 하지 않는 교육은 할 필요가 없고, 학생이 필요로 하는 교육이라면 당연히 한다. SES나 Reader’s club같은 프로그램은 굉장히 학생들 반응이 좋다. 이 프로그램을 정말 잘 이어나가려면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 기관들과 학생들 간의 공감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키울 수 있는 만큼 키우고 싶다.
내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입학학생처장을 하면서 여러분들이 경험한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디자인했다. 그때 항상 추구했던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윤리적인 학생이다. 아까 말한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똑똑하고 좋은 기술을 만들어내도 윤리적이지 못하면 국가와 인류에게 공헌이 아닌 해악을 끼치게 된다. 두 번째는 자기 주도적인 학생이다. 자기 주도적이지 않으면 자신이 뭘 필요로 하는지 모른다. 남이 주는 것만 받아서 공부하게 되면 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다. 마지막으로 수동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이뤄내려고 노력하는 학생이다. 이 세 가지 원칙에 맞는 학생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교육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뭐든 하겠다. 
요즘 많은 대학이 창의교육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창의교육은 예쁜 창의 교실을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것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찾아내서 그 소재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걸 찾아내서 그곳에 가져다 놓고 싶다. 이제 내가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교수님께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전 총장님이 하셨던 것인지 아닌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여러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겠다. 물론 전 총장님이 많은 훌륭한 업적들을 해놓으셨기 때문에 나는 그건 정말로 충실히 따라가겠다. 그리고 그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더 큰 환경을 경험하고 싶은 학생들이 많다. 타 대학과의 교류환경 조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Boundary는 깨면 깰수록 좋다. 우리를 어떤 Boundary에 가둘 필요는 전혀 없다. 교육, 연구 다 마찬가지다. 저는 교수로서 우리 랩 학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다. 다른 랩, 다른 나라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10개를 줘라. 건방진 말이지만,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연구를 해서 10개를 가르쳐줄 게 있겠지만, 걔네는 우리한테 1개밖에 못 가르쳐줄 것이다. 근데 내가 10군데의 랩과 교류를 하면 거기에 다 똑같은 10개를 주면 된다. 걔네들한테는 하나씩만 얻어도 내가 가진 게 20개가 된다. 이러면 하나도 억울하지 않다. 근데 내가 10개 주는데 쟤는 1개밖에 못 준다고 교류를 끊으면 나는 10개밖에 못 가지게 된다. 그러니까 주고받을 때 내가 얼마나 많은 교류를 하느냐가 중요하지 몇 개를 더 주고 덜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Boundary를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 것보다는 얼마든지 그것을 깰 수 있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우리는 작은 학교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이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윤리나 가치관을 가지려면, 법도 알아야 하고, 경영도 알아야 하고, 예술도 알아야 하고, 우리대학에서 부족한 부분의 공학교육도 다른 곳에서 보충받아야 한다. 미국은 작은 대학들도 유명하다. 그 대학들은 스쿨버스로 근처의 학교를 거의 무한정 돌아다니면서 다른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절대 그 학교에 모든 교육이 다 있지 않다. 결론은 나는 우리의 Boundary를 깨고 얼마든지 넓게 같이 일을 하자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와의 교류가 옛날보다 약해졌다고 들었다. 예전에는 우리 교수님들이 한예종에 가서 ‘과학의 산책’이라는 강의를 했고, 한예종 교수님들이 우리 학교에 와서 ‘예술의 산책’이라는 강의를 열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적 감성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몇십 년 전의 만화영화들을 보면 거기에 나오는 기기들이 요즘의 것들과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다. 그건 엔지니어들이 예술가들에게 시차를 두고 영감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른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인데, 자기도 모르게 만화영화에서 봤던 것들을 실용화한 것이다. 그런 것만 봐도 예술과 기술의 교류는 굉장히 중요하고 재밌는 결과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연세대랑 교류해야 하고, 한예종이랑 교류해야 하고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여러분들의 시야를 넓히는 일이라면 연세대, 한예종이 아니라 지구 끝에 있는 대학에 가서라도 여러분들이 필요한 것을 배워와야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이 잘 배울 수만 있다면 그런 대학들과 커뮤니케이션해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면 실제로 학생들이 필요한 교육을 얼마나 받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적극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생이 되어야 한다.

최근의 전문연구요원 감축에 대해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것을 폐지해야 한다고 할 이공계 대학 총장이 있을까? (웃음) 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일본과의 관계에서 여러 가지 제약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가 정말 기초원천기술이 있는가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앞으로의 전쟁은 꼭 병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 드론, 정보전의 형태일 것이다. 정말 많은 기술 분야가 국방에 쓰이기 때문에 국방 분야의 기초원천기술개발을 위해서 정말 우수한 석사, 박사들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가 반성해봐야 할 점은 지금까지 그런 석사, 박사 요원들이 얼마나 우리나라의 기초원천기술에 이바지했는가, 그리고 정말로 그분들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복무하면서 우리나라가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는 데 역할을 못 하게 되면, 당연히 많은 사람이 필요 없는 제도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제도 자체를 전문연구요원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국방력 강화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그런 방향이다.

우리대학의 수시 100% 학부 모집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대학의 구성원, 특히 학생들의 경우에는 사회의 구성원 비율하고 똑같이 뽑아서 이 학교 안에서 사회를 경험해보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 내가 미국대학에 가서 많은 입학사정관과 이야기 해봤는데 그분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사회구성원과의 비율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비율이나 부의 정도 등 사회계층의 모든 비율과 같은 비율로 대학 구성원들을 이루고 싶지만, 우리의 현실은 대게 점수만 강조하다 보니 그럴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입학사정관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점수나 스펙에 국한되지 않고 아까 말한 윤리의식, 자기 주도적인 학습, 적극적인 학생을 사회구성원 비율하고 같게 뽑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이 된다. 정부가 원하는 것이 정시로 무조건 뽑으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을 골고루 뽑아달라는 것이다. 강남에서 과외해서 95점 받은 학생보다 자기 혼자 공부해서 90점 받은 학생이 대학에 들어와서는 훨씬 더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것을 고려해서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게 입학사정관제다. 그래서 나라에서 우리가 적절한 능력을 갖춘, 윤리적이고, 자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학생들을 모든 계층에서 골고루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지지해줬으면 한다. 1년에 320명을 뽑는 학교에서 10명의 입학사정관이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학생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학교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학생들은 수능 1점을 더 받는 학생이 아니다. 입학사정관제 이전 20년 동안의 데이터를 보면 수능점수와 졸업점수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이런 데이터가 있는데 수능점수로 학생들을 뽑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또, 입학사정관제를 만들고 나니 학생들이 수업시간에도 더 적극적이었다. 그러면 당연히 계속 이렇게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학교의 신념이다.

마지막으로 포스테키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
나의 입학학생처장 4년 임기 중 포스텍-카이스트 학생대제전이 3번 열렸고 3번 이겼다. 이겼던 당일 중앙광장에서 통돼지와 닭을 잡고 파티를 열었었다. 그다음 날 모여서 나는 내년에 이기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냐고 물었다.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준비할 때 우리가 한 번 더 이길 수 있다. 한 걸음 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먹고 놀고 즐기기가 끝나고 났을 때는 바로 그다음을 준비하는 생각을 하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항상 같이 가자, 그리고 한발 먼저 준비해서 가자, 그게 여러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여러분들은 우리 학교 입학사정관들에게 뽑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여러분들은 모두 윤리적이고 자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학생들이다. 그러니 충분히 준비만 잘해나가면 된다. 남들은 쉬고 있을 때 기분 좋다고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다음을 위해서 준비하자. 그렇게 하면 지방에 있어서 걱정할 대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있다. 우리는 최고의 대학이 될 것이고 이제 30년이 지났는데 50년 후에는 더 앞서 걷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