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허리를 잇다,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
우리대학의 허리를 잇다,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
  • 김성민, 유민재 기자
  • 승인 2019.09.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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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78타워의 야경. 반짝이는 조명은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동78타워의 야경. 반짝이는 조명은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칠전팔기의 뜻을 담아 78칸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78계단은 개교 이래 모든 구성원의 애증의 대상이었다. 새내기새로배움터, 해맞이한마당, POSTECH-KAIST 학생대제전이 열릴 때마다, 아니면 뭔가 기념할 일이 있을 때 만들어지는 78공고는 78조각의 천으로 78계단을 물들인다. 78계단은 해맞이한마당 때 열리는 78퀴즈와 여러 행사, 학교를 찾아온 초대가수의 무대마다 뒤에 담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이렇듯 78계단은 어느새 우리대학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많은 학우가 78계단을 다시 올라오기 싫어서 공강 때 생활관 대신 학생회관에 머물거나 하루 동안 이를 최대한 덜 오르내리는 동선을 고민하는 일이 흔했다. 이처럼 78계단은 구성원의 마음속에 우리대학의 생활권을 위아래로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더해 78계단을 올라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언덕길은 많은 학우를 지치게 했다. 폭풍의 언덕에 풀이 자라지 않던 지름길이 조금이라도 쉽게 생활관과 공학동을 오가고자 한 학우들의 노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이 완공됐다. 이처럼 78계단은 구성원의 마음속에 우리대학의 생활권을 위아래로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더해 78계단을 올라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언덕길은 78계단을 올라온 많은 학우를 지치게 했다. 폭풍의 언덕에 풀이 자라지 않던 지름길이 조금이라도 쉽게 기숙사와 공학동을 오가고자 한 학우들의 노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이 완공됐다.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지난 7월 25일,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이 완공됐다. 해동78타워는 생활관 지역과 공학동 지역을 잇는 78계단 왼쪽에 만든 이동편의시설이다. 78계단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 학생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대학 구성원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어졌다. 2017년 9월에 설계업체를 선정하고, 작년 12월에 착수한 이번 공사에는 해동과학문화재단과 동문기금위원회의 기부금이 많은 도움을 줬다. 해동78타워는 우리대학의 랜드마크가 될 것을 고려해 스테인리스 외벽, 야간 조명, 학교 로고 등이 설계에 반영됐다. 
동문의 길은 개교 30주년을 맞아 조성된 동문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해동78타워와 공학관을 잇는 인도이다. 동문의 길은 78계단과 바로 이어지는 언덕길의 경사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을 만큼 급하기 때문에 해동78타워와 연결되도록 함께 지어졌다.
두 시설은 당초 올해 4월에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지하 굴착 작업 도중 해동78타워 건설 예정 위치에서 전력 케이블이 발견돼 완공이 연기됐다. 해동78타워의 명칭은 교내회보를 통한 설문조사와 해동과학문화재단의 이름에서 따왔고, 동문의 길은 동문의 의견을 받아 지어졌다.

공사의 끝맺음, 준공식 이야기 
지난달 9일 오전 11시 우리대학 해동78타워 1층 입구에서 해동78타워⦁동문의 길 준공식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해동78타워 및 동문의 길 제막식, 감사패 수여, 시설 투어 등이 진행됐다.
김도연 전 총장은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하루에도 한두 번씩 오르는 78계단 옆에 시설물이 준공돼 그동안의 불편하고 위험했던 일이 앞으로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라며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신 해동과학문화재단에 감사를 드린다”라고 전했다. 또한 故 김정식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장에게도 깊은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故 김정식 이사장은 1991년 사재를 들여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한 이래 우리대학을 비롯해 전국 12여 개 공대에 지원금을 쾌척하고, 연구자와 대학생에게는 연구비와 등록금을 지원하는 등 이공계 인재 양성에 힘써왔다. 대덕전자 회장이기도 한 故 김 이사장은 지난 4월 타계했다. 김 전 총장은 “김정식 회장님께서 유용하게 사용하라며 주신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다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곳에 사용하기로 했다”라며 해동78타워가 지어지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날 행사를 마지막으로 퇴임한 김 전 총장은 우리대학 동문회에 대한 감사와 함께 “선배는 후배를 위해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라며 “앞으로 여기저기 물리적인 길뿐 아니라 후학들을 위해 많은 길을 만들어주시리라 믿는다”라고 동문의 길이 폭풍의 언덕을 넘어 사회에까지 이어지기를 부탁했다.
이호형 총학생회장은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을 두고 “앞으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 될 것이다”라며 “우리대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몸이 불편한 학우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해동78타워를 통해 많은 학우가 훨씬 편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이 총학생회장은 “해동과학문화재단과 동문회가 주신 사랑을 깊이 간직해 저희 역시 모교와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준공식 행사에는 우리대학 김도연 전 총장, 정완균 전 부총장, 김영재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유주현, 이경준 동문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에 대한 소소한 정보들
해동78타워는 건축면적 27㎡에 지상 2층 규모로, 최고 높이는 21.8m이다. 17인승 장애인용 승강기 2대와 높이 15m, 길이 51m의 다리로 이뤄져 있다. 승강기가 해동78타워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초이다. 승강기와 조명으로 한 달에 전기 13kW와 30만 원의 전기료를 소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우, 폭설과 같은 궂은 날씨에는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 이용을 통제하며, 교내의 다른 승강기와 마찬가지로 월 2회 안전점검을 받는다. 2017년 8월에 이뤄진 설계 선호도 조사에서 해동78타워는 78계단의 오른쪽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문의 길과의 연계성과 동선 등을 고려한 결과 78계단 왼쪽에 지어졌다.
동문의 길은 길이 140m, 폭 2.4m로 장애 학생이 이동할 수 있는 충분한 폭을 마련했다. 동문의 길로 이어지는 계단이 78계단 위쪽 끝과 학생회관 앞에 있는데, 각각 5칸과 30칸짜리이다. 그리고 각 계단 근처에 나무로 바닥을 깐 두 곳의 휴식 장소가 있다. 기자가 걸어본 결과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을 통해 78계단 아래에서 제4공학관 앞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78계단과 언덕길을 이용할 때의 2분 29초보다 13초 짧은 2분 16초였다. 시간은 예상보다 적게 차이 나지만 동문의 길이 더 완만해 훨씬 걷기 편했다.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한 시설운영팀 권현우 씨는 “해동78타워와 동문의 길이 지어져 대학 구성원, 특히 장애가 있는 구성원의 접근성이 상당히 개선됐으며, 대학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학생 여러분도 사회에 진출하면 해동과학문화재단과 동문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