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재지정 취소 결정, 불붙은 찬반 논란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 취소 결정, 불붙은 찬반 논란
  • 장호중 기자
  • 승인 2019.09.0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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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출처: 조선일보)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출처: 조선일보)

 

지난 6월 20일,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실시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전주 상산고가 기준 점수 미달로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대표적인 전국단위 자사고 중 하나로 알려진 상산고에 이런 결정이 내려지자, 교육 관련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러던 중, 경기도교육청과 부산광역시교육청에 이어 서울특별시교육청도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발표하면서 자사고 폐지 논란에 불이 붙었다.

유례없는 대규모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자사고는 전국에 24개 학교이며, 이 중에 11곳이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해당 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즉각 반발했으며, 각 지역 교육청 앞에는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찬반 시위가 열렸다. 특히, 상산고의 경우에는 타 시도 교육청보다 훨씬 높은 기준 점수가 적용됐다는 점이 지적됐다. 타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의 권고대로 70점의 기준 점수를 적용했으나, 전라북도교육청의 경우에는 80점의 기준 점수를 적용했고, 상산고는 79.61점을 받아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이를 두고, 학교 측에서는 “결과를 정해놓고 짜 맞추기식으로 한 평가”라며 각종 평가 항목에 대한 반박을 이어나갔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의혹에 대해 “평가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라고 일축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계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났다. 청와대는 “자의적 평가 기준과 절차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유감을 표했고,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 주도로 이루어진 ‘전주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 부동의 요구서’는 국회의원 151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에 전달됐다. 진통이 오간 끝에, 교육부가 평가 기준의 부적정성을 이유로 전라북도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결정에 부동의 의견을 내놓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 지표를 평가에 포함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퇴행적 결정이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권행 쟁의 심판을 예고했다.
상산고를 제외한 나머지 10곳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동의 결정을 내렸고, 각 학교는 지정취소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처분의 집행으로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라며, 각 학교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재지정 평가에서 취소 처분을 받은 11개교 모두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찬반 여론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는 목적으로 2010년부터 도입된 학교 모델이다. 자사고는 일반고에 비교해, 고교 운영에 관한 정부 규정을 벗어난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생선발 등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으며, 5년 단위로 재지정 평가를 받아야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자사고가 원래의 설립 취지를 벗어나 입시 전문기관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을뿐더러, 비싼 등록금 등을 이유로 귀족학교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자사고 제도의 유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서 중학교 기간 노력해 모인 학생들이 진학한 학교를 일방적으로 폐지하자는 의견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자사고는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을 운영하기 때문에 약자 계층의 학생들에게 높은 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도 흔히 말하는 ‘강남 8학군’과 같은 지역에 교육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자사고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전라북도교육청의 행정소송과 권한쟁의 심판뿐 아니라 다른 10개 학교의 지정취소 불복 행정소송 등 자사고를 둘러싼 각종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는 2020년에는 외국어고등학교와 과학고등학교 등의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다. 교육제도의 잦은 전환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교육 당국이 치밀한 검토를 거쳐 안정적인 교육제도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